시나리오를 위해 다시 쓰는 [엄마기억] #. 2

현정

by 봉년

#. 2


삼 년 전 처음 만난 그녀.

그녀는 애이가 일하는 가게에 손님으로 들어와, 그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고상하고 세련된 언어를 뱉어 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만큼이나 두툼했던 애이의 벽을 허물고 들어앉은 여자.

현정이다. 그간 애이의 평탄하지 않았던 삶의 에피소드를 간간이, 겨우 몇 장 분량만을 듣고는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언니, 책을 쓰셔도 되겠어요. 혼자 듣기에 너무 아깝네요."

[글세요, 평범치는 않은 일이긴 해도... 아까울 얘기들은 아닌데요......]


그 애이의 과거라는 것이 흔히 겪을 일들은 아니라고 생각되었을 뿐 깊은 생각으로 뱉어낸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선한 마음을 가진 그녀가 위로 차원에서 던진 한마디여서, 그래서 애이도 덤덤했다.

그러나 책장 속에서 잠자고 있던 다이어리의 기록들이 꺼내져 어느 밤에서 어느 새벽까지 워드 파일로 옮겨지는 작업이 해를 넘어가서 조용히 시작되었다.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오월 십팔일.

그날 엄마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 한 번 가야지"로 끝났던 엄마와의 전화 통화를 끝내고는 멍하니 눈물이 흐른 것이다. 그날이 사십 주기 오일팔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엄마 때문에.

통화를 끝내고 막 눈물이 흘른 것은 아마도 낯선, 엄마의 다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애이는 갑작스러운 눈물에 당황스러움이 일었다.


한 때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광고.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제목에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싫어서 읽어보지도 않았던 애이.

'부탁하긴 뭘 부탁하냐? 엄마를. 더는 부탁하지 마라 엄마.' 다른 부탁은 다 들어주더라도 애이는 더 이상 엄마는 부탁받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