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선물
#. 5
"고모! 감자랑 양파 잘 받았어요. 택배 아저씨가 큰 박스를 문 앞에 두고 가서 또 영환 씨가 뭘 이렇게 많이 시켰나 했는데, 뜯어보니까 감자가 엄청 많은 거예요. 늘 어머님이 보내주신 것 말고는, 몇 년 만에 첨 받아보는 건데 기분이 묘해요.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고모."
작은 떨림이 묻어나는 음성으로, 아직까지도 애이를 어려워하는, 이제는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애이의 올케는 늘 자신이 애이의 조카인 것처럼 그렇게 불렀다.
항상 얼굴에선 냉기가 흐르고 입을 열면 음악 교과서의 악보에나 나오던 그 기호, 스타카토처럼 딱딱 끊어지게 말하는, 잔정이라고는 묻어나는 일이 없는 시누이에게 최대한 가까워지고 싶어서 [형님] 대신 그렇게 불러왔는지도 모른다.
-그거 내가 보낸 거 아냐. 나는 주소만 써 줬어. 얼만큼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썩기 전에 잘 먹어. 아마 내년에도 갈 거야. 보낸 사람에게는 잘 받았다는 전화 왔다고 전해줄게.
애이는 지금 홀가분하다. 늦기는 하였지만, 엄마의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졌으니까.
'죽어서 이뤄지는 소원이 무슨 소용일까'를 혼자 되새김질하는 애이가 199번지를 떠나도 해마다 감자를 캐낼 엄마의 사위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