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위해 다시 쓰는 [엄마기억] #. 6

by 봉년

#. 6


엄마는 없지만,

엄아에겐 [한]이어서 얼른 때려 부쉈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던, 그러나 슬레이트 철거비가 만만치 않아 엄마를 포기하게 만들었던, 마당에 나선 엄마의 한눈에 들어앉았던 덕분에 삼십 년 가까이 푸념과 함께 버무려진 흉물 소리를 들어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가지고 있던 덕분에 애이에게는 오랫동안 따뜻한 눈길을 받았던, 문살에 강직하게 붙어있던 창호지는 죄다 달아난 지 십수 년이 지나던, 그 엉성해진 틀 안에서 지나간 세월만큼의 먼지를 뒤집에쓰고 여기저기 뒹굴다 지쳐 멈춰버린 엄마가 아꼈을 낡은 살림살이 몇 점으로 늙어가는 애에를 향수에 젖게 했던, 아버지의 창고로 쓰이다 더 이상 월세방을 구해 이사 다닐 형편도 못 될 만큼 가난해진 엄마가 자식들과 함께 잠깐만 살겠다고 들어왔던, 브로크에 숭숭 난 구멍 사이로 들어온던 찬 바람을 막아내고자 어린 애이가 의자를 딛고 올라서서 붙여 나갔던 엄마가 쑨 밀가루 풀이 발렸던 신문지는 빛이 바래고 이음새 부분의 귀퉁이가 너덜너덜해진 채로 여전히 붙어있던, 주인이 떠나고부터는 붉은 녹이 올라와 겹을 이루고 있었지만 흙바닥 위에 브로크 몇 장을 올리고 물에 갠 시멘트 반죽을 흘려 넣어 굳힌 부뚜막에 붙여진 채로 옴짝달싹 못 하던 가마솥이 가끔은 호강에 겹게 자투리 천에 묻혀진 들기름을 흠뻑 머금어 연신 번들거리며 한켠을 빛냈던, 그 긴 시간을 살아내도록 허락했던 단칸방이 올 초 농촌 빈집 철거사업으로 털려 나갔다.


먼저 슬레이트를 철거하는 작업자들에 의해 뜯겨나간 지붕이 누런 비닐에 꽁꽁 감싸진 채로 엄마가 사랑한 199번지 위에 놓일 때, 애이의 눈에서는 아버지를 보냈던 이십 년 전으로 순간이동한 듯 주루루륵 눈물이 흘러나왔다.

첫 아이를 출산하기 딱 이십일 전 선산에서 눈물로 보내야 했던 누런 천에 가려진 아버지의 관짝하고 너무 닮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자고 가지도 않는 자식들을 하룻밤 더 붙잡아 두고 싶어 마루를 털어내고 방 두 칸을 더 들이는 것을 못 해서 안달이었던, 아들들은 쓸데없는 소리라 외면했던 엄마의 희망사항이, 작년 유월부터 엄마 사위의 손에 의해 두 달에 걸쳐 완성되었다. 엄마의 소원은 죄다 엄마의 사위가 이루어 준 듯하다.

엄마가 그렇게도 없애버리지 못해 안달이었던 단칸방은 사라졌지만, 애이가 파내고 싶었던 199번지는 오늘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