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재취업한 토끼의 첫 출근 이야기
토끼는 원래 시간에 민감한 동물이었다.
늘 시계를 들고 다니며 “늦었어, 늦었어!” 하고 뛰었으니까.
그렇게 5년쯤 뛰다 보니, 무릎이 나갔다.
퇴사 사유: 지속적 전력질주로 인한 슬개골 탈진.
퇴사 후 토끼는 다시는 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시계도 버리고, 알람도 껐다.
처음 며칠은 행복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월세 고지서가 도착했다.
"왜 나는 집 한 칸을 위해 다시 달려야 하나."
토끼는 한숨을 쉬며 다시 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출근 첫날.
토끼는 ‘정시관리부’에 배정되었다.
한때 동료였던 고슴도치가 말했다.
“오랜만이야. 뛰는 거, 몸은 괜찮아졌어?”
“뛰지는 않아. 이제는 걷기 출근이야.”
하지만 회의 시간 3분 전, 팀장이 말했다.
“토끼 씨, 슬슬 준비하죠? ‘전력질주’는 사내 문화입니다.”
토끼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젠 달리기 대신 걸음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실적이 나오겠어요?”
그날 밤, 토끼는 창가에 앉아 발을 주물렀다.
다시 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왜 뛰는지를 모르겠다는 거였다.
“당신은 왜 뛰고 계시죠?”
토끼는 거울 속 자신에게 물었다.
대답은, 내일 알람이 울릴 때쯤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