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에 흔들리는 당근

쓸데없는 메시지 알람 폭탄, 무의미한 소통 풍자

by 일상온도

“띵~ 띵~ 띵띵띵띵띵~”


토끼는 출근한 지 세 시간 만에 알림에 멀미를 느꼈다.

회사에는 슬랙이라는 알림 괴물이 살고 있었다.

누가 숨만 쉬어도 알림이 울렸고, 눈치를 못 채면 ‘소통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기획팀] 고슴도치 : 회의자료 공유드립니다 :)

[기획팀] 다람쥐 인턴 : 고슴도치님 감사합니다!

[기획팀] 팀장너굴 : 빠른 공유 칭찬합니다.

[기획팀] 고슴도치 : 감사합니다!

[기획팀] 다람쥐 인턴 : 감사합니다!!

[기획팀] 팀장너굴 : 우리 팀 좋아요~


...그리고 8분 뒤.


[기획팀] 고슴도치 : 회의자료 수정본 다시 공유드립니다.

[기획팀] 다람쥐 인턴 : 감사합니다…



토끼는 도토리 커피를 마시다 말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건 회의가 아니라 채팅방이지…”


슬랙 알림을 끄려던 순간, 고슴도치가 다가왔다.

“토끼 씨, 슬랙 답 없으셔서 걱정했어요! 혹시 소통에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냥... 너무 많이 와서요.”


고슴도치는 말했다.

“저희는 ‘적극적인 공감 표현’을 중요시하거든요.

이모지 리액션이라도 해주시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이거~ (따봉을 날리는 이모지) ”



그날 밤, 토끼는 알림을 끄고 이불을 덮었다.

그런데 꿈속에서도 슬랙이 울렸다.


[꿈] 팀장너굴 : 토끼 씨, 오늘 꿈에서도 열정적인 리액션 기대할게요!


토끼는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던졌다.

깜빡하고 진짜 알림은 끄지 못했다.



“슬랙은 소통 도구일까, 감시 도구일까.”


당근 하나 눌렀을 뿐인데,

토끼는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그게 더 무서운 일이었다.



.

.

.


3화 예고: 칼퇴의 문은 토끼에게만 닫힌다

“자율근무라면서 왜 내 눈치를 보는 거지?”

퇴근하려는 토끼와 퇴근을 막는 조직의 불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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