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왜 존재하나요

아무 결론 없는 회의의 정체, 말 많은 고슴도치 등장

by 일상온도

“오늘 회의 안건은 ‘다음 회의에서 어떤 안건을 다룰지’입니다.”


팀장 너굴이 말했다.

회의실 안의 다섯 마리 동물들은 조용히 노트북을 열었다.

토끼는 이미 숨을 쉬는 것도 아까웠다.



고슴도치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일단 지난 회의에서 제안한 캠페인은… 파일명이 뭔지 아직 모르겠어요.”


다람쥐 인턴은 당황해서 말끝을 흐렸다.

“제가… 어제 올린 것 같은데, ‘최종최종_진짜최종_v3_이번엔진짜’라는 이름으로요…”


“아, 그건 지난번 초안이야.”

고슴도치는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 최종은 ‘진짜진짜최종_final최종_v5’였던 걸로 알아요.”


토끼는 한숨을 삼키며 손을 들었다.

“그냥 회의 안 하고, 다같이 파일명 정리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모두가 침묵했다.

팀장 너굴은 조용히 말했다.

“음... 그럼 그 안건으로 다음 회의 때 다시 논의하죠.”



회의는 정확히 1시간 27분 44초 뒤에 끝났다.


그 어떤 결정도 나지 않았다.

기록된 건 단 하나,

“논의 필요”



그날 저녁, 토끼는 일기를 썼다.

“오늘 회의에서 배운 것: 말은 많았지만,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회의는 팀워크가 아니다. 회의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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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예고: 나는 왜 PPT를 꾸미는가

예쁘게 만든다고 이해가 되나? 이해가 안 돼도 예쁘면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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