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지옥과 발표자료 전쟁, 외모만 보는 시스템 비꼼
토끼는 오늘 하루 종일 PPT만 꾸몄다.
내용은 어제 회의에서 "다음 회의 때 다시 논의하자"로 정리된 그것이었다.
내용은 없는데, PPT는 화려해야 했다.
팀장 너굴은 말했다.
“이건 ‘전략적’인 느낌이 안 나요.”
“글자 크기를 1.5pt만 줄이면 어때요?”
“폰트는 무조건 ‘산돌 깔끔체’예요, 이건 우리 팀 아이덴티티니까.”
“도형은 둥글게. 꼭 둥글게.”
토끼는 슬그머니 물었다.
“근데, 저희가 이걸 왜 하는 거죠?”
“보고용이에요.”
너굴은 당당했다.
“윗분들이 바쁘시잖아요. 내용은 대충 보고, 느낌으로 결정하시니까.”
“그러면... 내용보다 디자인이 중요한 건가요?”
“그건 좀 이상한 질문이네요.
내용은 우리가 아니어도 쓸 수 있지만,
‘우리가 만든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죠.”
토끼는 그날 하루 동안
글자 정렬만 17번 바꾸고,
배경색을 #EFEFEF에서 #EDEDED로 바꾸었다가 다시 돌렸다.
그리고 보고 당일, 팀장 너굴이 말했다.
“어라? 어제 자료가 더 깔끔했던 것 같은데?”
그날 밤, 토끼는 노트북 화면을 껐다.
다음 날 보고 자료에는 아무도 집중하지 않았다.
심지어 팀장이 말한 문장도 이랬다.
“자세한 건 넘어가고, 이 도형 보시면 느낌 오시죠?”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느낌을 위해 하루를 바친다.”
내용 없는 예쁨은,
어쩌면 회사가 요구하는 가장 잔인한 위장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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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예고: 무제한 간식의 저주
당근 쿠키를 몇 개나 더 먹어야, 이 공허함이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