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쓰는 밤

다시 퇴사를 고민하는 토끼의 고뇌

by 일상온도

토끼는 오늘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

무의미한 회의, 눈치 보며 눌러야 하는 이모지,

한 줄 피드백에 담긴 숨겨진 분노,

그리고 너무 친절한 인사말 속의 차가운 무관심까지.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당근 도시락통을 개수대에 던져놓고

노트북을 켰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워드 창을 열었다.



“사직서”

제목은 그렇게 시작했다.


내용을 쓰려다 손을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몸이 힘들다고? 마음이 아프다고?

그런 건 다 이해해준다고 말할 텐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잖아.“



토끼는 창밖을 봤다.

가로등 불빛이 너무 부드러워서,

지금 울어도 아무도 눈치 못 챌 것 같았다.


토끼는 다시 타이핑을 시작했다.


“그만두겠습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이유가 너무 많아서요.”



파일을 저장하려다 말고,

잠깐 웃었다.


“사직서에도 이모지를 붙여야 하나?”



그날 밤, 토끼는 사직서를 저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가 저장되긴 했다.

아주 오래 참아왔던 그 마음.

말로 꺼내지도 못했던 진심.



“사직서는 아직 제출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한 발짝 먼저 떠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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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예고: 면담실의 진실

“우리는 가족입니다”라는 말이 왜 이토록 외롭게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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