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실의 진실

팀장과의 진심 없는 면담, “우리는 가족입니다”의 모순

by 일상온도

“토끼 씨, 잠깐 면담 좀 할까요?”


팀장 너굴은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다.

슬랙에 뜬 공지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정중한 불편함이었다.



면담실은 새로 페인트칠한 듯 깨끗했고,

벽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ㅣ “우리는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가족입니다.”


토끼는 그 문장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족이면, 왜 내 감정엔 연차가 없을까.“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팀장 너굴이 물었다.


“그냥 조금... 힘드네요.”

토끼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힘들 땐 이야기해줘야 해요~

저희는 가족이잖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가족이면, 왜 일은 업무고, 감정은 개인 책임일까.

가족이면, 왜 슬퍼도 리액션은 웃어야 할까.


토끼는 용기 내어 물었다.


“가족이라면, 퇴사하면... 관계는 끝나는 건가요?”


너굴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음... 그런 질문은 너무 극단적이에요.

우리 모두 ‘하나의 팀’이라는 마음으로 일하자고요~”



면담이 끝나고,

토끼는 다시 자리에 돌아왔다.


슬랙에는 “오늘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누군가 “♥” 이모지를 눌렀고,

다른 누군가는 “�”를 눌렀다.



“진짜 가족은,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이 회사의 가족은,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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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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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예고: 달리지 않아도 되는 곳

토끼는 그날, 처음으로 뛰지 않는 삶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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