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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란도나츠 Jul 23. 2024

강아지 원목 하우스와 자존감 세우기

자존감의 첫 번째 원칙,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강아지들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 수 있을 정도로 몸집보다 약간 크고 삼면이 막혀있는 곳을 집으로 삼아 주면 편안하게 여긴다고 한다. 



얼마 전 중고 거래해 온 강아지 원목 침대라는 이름의 하우스는(또 당근이야?) 사람 집으로 따지면 지붕도 있는 데다가 발코니 울타리가 뺑 둘러 쳐져있었고, 그 사이사이는 뻥 뚫려 있는 뷰 좋고 널찍한 숙소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계단도 있어 침수 우려도 없다!(부동산 업계에선 이걸 1.5층이라고 하지)



하지만, 어린 나이에 자가 소유주가 되었음에도 강아지는 제가 쓰던 방석(직구로 산 것인데, 크기가 강아지 침대와 딱 맞아서 놀랐다.)을 깔아줘도 도통 제 발로는 들어가지 않는 거였다. 이상하게도 데려다 놓으면 나오지는 않았음.



며칠을 이상하게 여기다가 남는 거적데기(커텐이다)를 주변에 휘휘 둘러주었더니 일단 비주얼 자체는 세컨드하우스에서 난민촌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아무리 둘러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강아지는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쏙 들어가는 것이다. 그날부터 잘 시간이면 판잣집에 틀어박혀있다.









사람 눈에 좋아 보인다고 강아지 눈에도 좋아 보이는 게 아니구나. 제가 좋은 것과 남이 보기 좋은 것을 어린 나이에도 구분할 줄 아는 강아지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최근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꽤나 유행했는데, 나를 잘 먹고, 잘 입히고, 취향을 알아가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튼튼하게 회복이 된다고 한다. 남들 의식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의미로 다가오는 단어가 아닌가 싶은데, 이미 강아지들은 저 하고 싶은 대로 저 편한 게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똥강아지들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원목하우스는 아마 포*그즈 하우스를 사셨던 듯하고, 가로 75cm*세로 50cm 방석이 잘 맞았다. 방구들과 지붕이 따로 놀긴 하는데, 집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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