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발굴의 기회인가, 단순한 장르의 유행인가 ?
트로트 음악이 인기와 강력한 팬덤 파워까지 갖춘 뒤로 제법 오래 시간이 흘렀다. 트로트 인기 열풍 중심에는, 그동안 성인 가요계라는 테두리 속에서 비주류 음악으로 존재하던 트로트의 장르적 발전과 음악적 확장 대신 특정 가수에 대한 관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대중문화에서 두드러진 ‘복고 열풍’이 트로트 장르를 부활시켰고, 신선한 뉴페이스에 대한 열망이 결합해 새로운 스타들을 탄생시켰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초등학교 문화예술 교육 과목에 국악이 신설됐고 전주 남원 진주 같은 도시에서는 판소리, 전통악기 같은 국악 과목이 예체능 교육 과목으로 지정됐다. 당연히 아이들도 국악 신동, 국악 영재로 발굴되고 교육받는다. 현재 트렌드를 알려면 초등학생에게 원하는 직업, 되고 싶은 사람을 물어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요즘 초등학생의 인기 직업은 셰프, 웹툰작가를 거쳐 신동 출신 트로트 가수란 말이 나온다. 트로트 경연은 무명 시절을 거치면서도 주목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성인가요 시장의 숨은 원석을 다수 발굴해냈다. 꿈을 빨리 결정하고 도전하는 음악 영재들이 전국에서 쏟아진다.
‘미스터 트롯’에서 깜직한 모습을 보인 10살 홍잠언은 ‘전국노래자랑’ 악단장이 작곡·작사해준 히트곡을 보유한 꼬마 스타고, ‘미스 트롯 2’ 김태연 김다현은 15세 이하 로우틴 (Low-teen) 스타로 성장했다. 경연 이후 이들의 근황은 어떨까....
<미스터트롯>에서 정동원,홍잠언,남승민과 함께 유소년부에 출전했던 임도형은 순위권 안에 진입은 실패했지만 최근 조영수 마스터의 곡을 받아 '다 컸어요' 라는 트로트 곡을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미스터트롯>의 대중적 성공과 흥행 이후 지상파와 종편은 앞다투어 <트롯신이 떳다>, <트롯전국체전>,<보이스 트롯>,<트로트의 민족> 같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 중 졸속 제작되어 퀄리티나 경연자 확보에 실패한 프로그램도 있었고 다행히 출연자들의 퀄리티 덕분에 살아남은 프로그램도 있다.
<트롯전국체전>은 <미스터트롯>에 비해서 프로그램 자체로 봤을 때는 인지도와 호응면에서는 다소 약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출연자들의 개성은 주목 받았다. ‘트로트 국민 여동생’ 이라는 호칭을 얻은 ‘트롯전국체전’ 의 오유진은 씽씽밴드 출신 신승태와 함께 국악 트로트의 과감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이며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란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우후죽순 생겨난 트로트 프로그램이 보여준 미덕은 전국 행사장을 무대로 활동했지만 빛을 못 본 무명 가수와 신인을 발굴·육성하는 기회가 된 점이다. 반대로, 트로트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과 겹치기 출연에 따른 신선함 부족, 인재 고갈의 부정적 현상을 초래했다.
‘미스터 트롯’을 제외한 트로트 프로그램이 배출한 신인의 파급력이 그리 세지 않은 것은 이를 증명한다. 커진 트로트 시장에서 신인은 공정한 데뷔 기회를 잡고, 신동은 반짝 관심이 아닌 성장 발판을 제공받기를, 그리고 그 생산적 역할을 미디어가 잘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