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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 킴 Feb 28. 2024

첫째, 어느 학원 보내요?

학원 안 보내요.

사랑해요 최성미 김준태

8글자로 마음이 찡해지는   아들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앉혀놓고 글자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책을 수년간(4~7살) 읽어주었습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싫은 내색 없이 읽어주었습니다. 이게 가장 어렵습니다.

간혹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면 “아이 무슨 공부시켜요?” “어느 학원 보내요?”라고 간간히 질문받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냥 아이의 행복만을 빌뿐이지, 굳이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발도로프 어린이집에서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놉니다.

 

영어도 수학도 과학 실험 하나 다녀본 적 없이 그냥 순수하게 제 몸 다해 놀아주었습니다.


대신, 단 1가지 약속은 했습니다.

아이가 책을 읽기 원한다면, 절대 거절하지 않겠다.

저 역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책만큼은 어릴 적부터 친해지길 바랬습니다.


아이들이 읽어 달라는 책이 있다면, 퇴근 후 목이 갈라지고 힘들지라도 실컷 읽어주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읽고 싶은 만큼 목이 갈라져도 계속해서 반복해서 책을 읽어줍니다.

한 권 가져와도 두 권 가져와도 세 권 네 권일지라도 비록 내 육신이 피곤할지언정 가져온 책을 거절한 적 없습니다.


자기 전에는 본인이 보고 싶은 책을 자율적으로 고르게 합니다.


묵묵히 옆에서 보고 싶은 만큼 책을 읽어주었지요.

집에 딱히 티브이를 보지 않으니, 집에서 할 것은 책과 그림 그리기, 이야기 하기 만을 합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7살이 되었습니다.

주변 7 친구들  성장이 빠른 아이들은 글도 깨우치고 글자도 제법  씁니다.

첫째는 생일도 느린 11월이라 깨우치는 것도 조금 늦는가 봅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조금 궁금하셨나 봅니다. 내년에 학교 가는데 한글 안 가르치니?라고 가끔 묻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혼자 책을 읽고 글자를 읽기 시작합니다.

ㄱㄴㄷ을 배운 것보단, 꾸준히 읽어준 책 속에서 글자 자체를 그림처럼 외우고 익히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그냥 꾸준한 노출과 반복으로 글자가 이미지처럼 머리에 기억되었나 봅니다. 그렇게 한글을 깨쳤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랑해요 최성미 김준태라는 열 글자 편지를 받았습니다. 받침 글자도 어려울 텐데 혼자 종이를 꺼내고 연필로 적은 삐뚤빼뚤 글씨가 참 아름답습니다.


앞으로도 공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렇게 꾸준히 행복하게 키우려고 합니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모든 부모마다 모든 각자의 길을 걷는 법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세운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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