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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

by 김지숙

평온


작은 새는 땅바닥에 옆얼굴을 한 채 죽어 있었어

바닥에 누워 새와 눈을 맞추던 여자가 있었고

풀 그림자를 그리던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을 향해 달려가던 아이는

같은 아이였고


죽은 새가 바라보는 쪽 하늘은 푸르고 풀들이 흔들렸어


바람직한 가지치기에 대해 나무 아래 몇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지

높은 사다리 위에서 잘려 나가는 나뭇가지들이 바닥으로 떨어졌어

새와 여자와 아이에게선 초록 비린내가 날 거야


꽃도 사고 음식도 준비하고

손톱을 아무리 물어뜯어도 아프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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