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함께 걸어온 자아 발견의 여정
인간의 관심사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각자의 시기와 환경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을 준비할 땐 예비 신랑신부들이 눈에 들어오고, 임신을 하면 임산부들이 보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죠. 육아가 시작되면 어느새 육아 동지들 곁에 머물게 되고요.
책을 읽어볼까 마음먹으면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자고 결심하면 글 쓰는 작가들과 인연을 맺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나 중독이라는 힘겨운 시간을 겪을 때는 또 그 아픔을 공유하는 여성들을 자연스레 만나게 되고요. 내가 가진 에너지가 주변의 것들을 끌어당기는 걸까요, 아니면 그들이 나를 이끄는 걸까요? 계절이 변하듯, 삶의 관심사가 바뀔 때마다 주변 환경도 참 신기하게 변화합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저는 베개 밑에 자물쇠 달린 일기장을 숨겨두고 밤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글을 썼습니다. 아마 그때의 저는 그 일기를 누군가 읽고 나의 진짜 마음을 알아주기를, 따뜻하게 위로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오랜 일기 습관이 지금의 글쓰기로 이어졌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저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보듬어주고, 키워가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글쓰기가 아닐까 싶어요.
여성들도 당당히 일하는 시대가 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온갖 상황과 환경과 이유와 핑계로 여전히 살림과 육아 속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여성들. 어쩌면 아직도 그런 여성이 많을지 모릅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해가는데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가는, 7~80년대생의 여성들에게 저는 조용히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혹자는 말하죠. "왜 그렇게 사느냐고, 어서 밖으로 뛰쳐나가라고!" "너의 일을 찾고, 너의 삶을 개척하라고!" "남편에게 의존하지 말고, 네 스스로를 지키라고!"
처음에는 그 말이 전부 옳게만 들렸습니다. '나는 왜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내지 못했을까' 자책하며 제 자신이 한심하고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내 저는 그 이야기를 온전히 저에게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나만 도태되고 있다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기로 한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저만의 이유로 나의 삶을 지켜냈고,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내고 책임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수많은 선택지가 있을 뿐, 인생에 옳고 그름과 정답은 없다고 믿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의 터전 위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일 뿐이죠. 저는 이 모든 걸음걸음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