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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포토 Feb 18. 2024

[매일 10분 글쓰기 챌린지] 2월 2주차

을지로, 수능, 연보, 연애

2월 2주차 글쓰기


2/12(월)

그동안 사진 생활을 하며 다양한 곳을 돌아다녔지만 가까운 서울은 자주 찾지 않았다. 특히 서울 북부의 경우 내가 살고 있는 수도권 남부에서 거리가 멀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매번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 ‘사진수업’이라는 명목으로 서울 북쪽에 위치한 을지로에 가게 되었다. 주변에서 그렇게 을지로가 힙하다며 ‘힙지로’라고 부르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왜 ’힙지로‘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몇 년도에 지어졌는지 가늠할 수 없는 오래된 건물들, 건축물에 사용된 재료와 형태, 옛날에 유행했던 간판의 디자인과 가게 이름은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또, 수북하게 쌓여있는 먼지, 검붉은 색으로 얼룩진 거리는 누군가에게 지저분한 거리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세월의 흔적이 물씬 느껴지는 거리였다. 


나는 옛 것의 정취가 가득한 이 장소에 매료되었고 ‘오래된 것‘이 주는 느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래된 것‘만이 줄 수 있는 느낌, 누군가의 살아온 흔적과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에는 그 안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그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때론 상상하면서 거리를 거닐다 보면 현시대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요즘 중구난방으로 이곳저곳 개발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곳만큼은 이곳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개발되지 않고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2/13(화) 06:33


하미나 글쓰기 과제 1 (나의 연보 써보기)

→ 과제는 다 했다. 하지만, 이 과제에는 나에 대한 정보가 많아 블로그에는 쓰지 않기로 했다.


2/14(수) 06:27 / 2/15(목) 06:30


하미나 글쓰기 과제 2 (연보에 썼던 사건 중 하나를 골라 영화 속 장면이라 생각하고 써보기)

어제 쓴 연보의 다양한 사건 중 살면서 처음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쓰려고 한다.


[2012년 수능날]


정돈되지 않은 작은방, 어수선하게 놓여 있는 책, 그리고 책장에는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다. 어디선가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뒤척이다 벌떡 일어나서 알람을 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갈 준비를 하더니 아침밥도 먹지 않은 채 집 밖을 나선다. 밖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캄캄했고 그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가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학교였다. 학교에 도착하니 교문 앞에는 사람들이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날은 다른 날이 아닌 수능날이었다. 뻗친 머리, 꾀죄죄한 옷매무새 등 학생들은 긴장한 탓에 제대로 준비한 채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시험장에 도착했고 자리에 앉아서 앞만 멀뚱멀뚱 보고 있는다. 다른 친구들은 혹여나 잊은 게 있을까 책을 뒤적거리지만, 그는 이미 시험공부를 다했다는 듯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2교시 수리영역]


앞자리 친구에게 시험지를 건네받는다. 앞 교시였던 언어영역 시간에는 표정이 좋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자신감에 찬 표정이 엿보인다. 시험 시작 종이 울리고 곳곳에서 시험지를 넘기는 종이 소리가 들린다. 수리 영역에서 가장 앞 페이지는 보통 어려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수학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볍게 풀고 넘어가는 페이지다. 하지만 그는 그 페이지에서 머뭇거린다. 표정을 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 그는 다른 과목은 그렇게 잘하지 못했지만, 수학만큼은 잘했고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긴장한 탓에 자신 있는 과목의 가장 쉬운 문제를 풀지 못했고 그 여파는 다른 문제, 다른 과목까지 이어졌다.  


[시험 종료 후]


그는 시험이 끝나고 허탈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침대에 코를 박는다. 답안지 발표가 났는데도 미동도 없다. 이미 시험을 망한 것을 알고 있다.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부모님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 시험에 대해 묻는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채점을 해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책상 앞에 앉아 채점을 한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점수에 해탈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시험지를 펼치고 시험 시간에 풀지 못했던 문제를 다시 풀어본다. 문제는 순식간에 풀렸고 속상한 마음에 밥도 먹지 않고 집 밖을 나선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집 밖을 걸으며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시간을 돌아본다. 


여기까지.


이후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다음날 내 친구들은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내 시험 점수를 물어볼 것이 뻔했기에, 망해버린 시험 점수를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먼저 웃으면서 다가가 나 시험 망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서 재수를 할 책을 가득 사 왔던 것이 기억난다.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나를 생각할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렇게 큰일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기에 그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다는 슬픔이 아직까지도 느껴진다.


2/16(금) 06:39


요즘 주변에서 자꾸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한다.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할 말이 없어서, 또는 놀림거리가 필요해서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에 연보를 쓰면서 마지막 연애로부터 지금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외로운 적도 있었으나, 삶에 지장을 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사실 이전에는 빨리 결혼해서 다른 가정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자금도 충분하지만, 내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지 모르기 때문에 연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선뜻 망설이곤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잠깐 일을 쉬었을 때 집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몸소 느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꾸리는 가정은 그런 걱정 없이 여유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면.. 결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는 계획했던 '하미나 글쓰기 과제'를 다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10분 안에 과제를 하기에는 양이 많아 '연보, 연보에 쓴 사건 중 하나 쓰기' 과제 2개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타의로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색다른 경험이었고 내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용에 대해 쓰게 되어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 주에도 나머지 아래 과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대에 대한 이야기,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고 설득하기,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을 소개하고 설득하기'


그러면 이번 주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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