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을 정말 잘 짜지만, 본문에서는 설정의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 경우
스터디원의 시놉시스를 보면 대박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진 역사부터 인물의 일대기까지. 디테일하게 짜는 경우, 설정만 몇 페이지가 나올 정도로 세밀하게 짭니다.
상세한 설정을 보면 기대감이 생깁니다.
이렇게 치밀한 설정이 들어간 소설은 얼마나 재밌을까?
기대감을 가득 가진 채 본문을 읽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시놉시스에서 봤던 디테일이 없습니다.
많은 소설가 지망생은 소설 설정을 짤 때 공을 많이 들입니다. 그런데 이 설정을 본문에서는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설정을 미리 짜면, 본문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겠지'
'내 머릿속에 설정이 있는데, 그럼 본문 쓸 때 내가 자연스럽게 쓰겠지'
'치밀한 설정집이 있으면, 소설도 치밀하게 써지겠지'
설정이 있기만 해도 본문에서 설정이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입니다.
머릿속에 설정이 있다고 해서, 본문에서 자연스럽게 설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설정을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설정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주에 본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의 한 장면(11회 일부)을 보면, 극 중 인물 박주현이 이렇게 말합니다.
#박주현과 오태석이 쇼핑하는 장면
"나 먹여주고 재워준 후원자에게 보내려고요"
"내가 하루에 한, 두 시간씩 병원에서 알바한 돈으로 사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알고 있어요. 그쪽이 나 후원해 준 사람인 거"
약 40초 정도 짧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많은 정보를 시청자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1) 기억상실에 걸린 박주현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나
=> 먹여주고 재워준 후원자
2) 기억상실에 걸린 박주현이 옷을 살 수 있는 돈을 어떻게 마련했나
=> 하루에 한, 두 시간씩 병원에서 알바한 돈
3) 기억상실에 걸린 박주현이 왜 오태석에게 호의적인가 (사실 오태석은 박주현을 죽이려 함)
=> 그쪽이 나 후원해 준 사람인 거
위 장면만 자세히 분석해도 설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모든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1. 정말 사소한 설정까지 독자에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는 작가의 치밀함에 감탄하며 팬이 됩니다)
2. 설정은 장면으로 보여주거나 대사로 보여줄 수 있다
(한 챕터 분량의 사건으로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설정을 아무리 치밀하게 만들어도 본문에서 보이지 않으면, 독자는 작가의 노고를 알 수 없습니다. 시놉시스(또는 설정집)에 메모한 설정이 있다면, 정말 사소한 내용까지 본문에 담으세요.
그러면 설정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소설이 탄생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