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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못소 Oct 27. 2019

소설 연재할 때, 독자가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번 주 비공개라이브에서 스터디원 B님이 '솔직하게 제 소설의 부족한 점을 알려주세요!'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독자로서 느꼈던 감상을 말씀드렸습니다. 다양한 감상 중에 하나가 오늘 이야기 드릴 "독자가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였습니다.




소설 연재할 때, 독자가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재 초반에 조회수가 급상승하다가, 연재가 오래될수록 조회수가 점차 내려갑니다. 나는 분명 처음 계획했던 대로 소설 쓰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은 B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걱정한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지만, 점점 지루해지는 전개. 


그래서 대부분 "내 소설이 지루해서 독자가 이탈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독자는 '지루해서' 이탈하는 걸까요?


소설을 읽는 사람 모두 전체 줄거리상 어쩔 수 없이 지루한 구간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재미있는 구간이 시작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재미있는 구간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줍니다. 그런데 독자는 얼마나 오래 기다려줄까요?


사실 독자가 이탈하는 이유는
'지루함'이 아닌 '기다리는 시간' 때문입니다.


한 번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책을 읽다가 지루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지루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바로 책을 덮었나요? 아니면 지루함을 참고 읽었나요?


다들 지루함을 참고 읽었을 겁니다.


내가 그렇듯이 무수히 많은 독자도 지루한 내용을 참고 읽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독자는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독자는 "오래 기다렸다"싶을 때, 냉정하게 작품을 떠납니다.('완결 나고 읽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떠나는 독자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독자는 이 생각조차 금방 잊습니다)




독자의 '기다리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성향마다 기다리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성향 외에도 연재와 단행본에 따라 기다림의 시간이 달라집니다. 


연재를 읽는 독자는 매 회의 재미로 기다릴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단행본을 읽는 독자는 1권을 읽고 나서 다음 단행본을 볼지 말지 결정합니다.

단행본을 한 번에 완결까지 구매하는 경우, 완결까지 읽은 뒤에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연재로 볼 때는 재미없던 소설이 단행본으로 읽을 때는 재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독자가 체감하는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서입니다. 


연재로 읽을 때는 3천 자 분량을 24시간 기다렸다가 읽지만, 단행본은 4시간 동안 10만 자를 한 번에 읽습니다. 그래서 연재로 봤을 때는 [3천 자(지루함)-3천 자(지루함)-3천 자(지루함) = 24시간*3 = 72시간]이 되지만, 단행본은 [3천 자(지루함)-3천 자(지루함)-3천 자(지루함) = 10분*3 = 30분]입니다.


72시간이 지루한 것과 30분이 지루한 것.

당신이라면 72시간(4,320분)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 쉽습니까? 30분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 쉽습니까?


분량이 같아도 독자가 체감하는 시간이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독자라도 어떤 형태로 소설을 읽는지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독자의 '기다리는 시간'을 늘릴 수는 없을까?



연재 형태가 독자의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짧습니다. 그래서 연재소설 대부분 사건 전개가 빠르게 일어납니다. 그럼 사건 전개가 빠른 소설 외에 방법이 없는 걸까요?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독자에게 '기다리는 이유'를 주면, 충분히 오랫동안 기다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다리는 이유'는 흔히 말하는 떡밥, 복선, 보조 사건, 빠른 사건 전개, 설명 사건 모두 해당합니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가'라는 소설이 있다고 할 때, 독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소재가 특이해서

-세계관이 탄탄해서

-사건이 재미있어서

-뒷 내용이 궁금해서



그럼 '가' 소설에서 독자의 '기다리는 시간'을 늘리려면, 

-소재가 특이해서 => 특이한 소재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설명 사건)

-세계관이 탄탄해서 => 탄탄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사건(설명 사건)

-사건이 재미있어서 => 주변 인물을 활용한 재미있는 사건(보조 사건)

-뒷 내용이 궁금해서 => 뒤에 나올 사건을 추측할 수 있는 떡밥(떡밥 또는 복선)

을 쓰면 됩니다.(위 사건 모두 주요 사건은 아닙니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주요 사건의 진전이 없어도, 독자는 다른 사건을 보며 충분히 즐기면서 기다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 사건만 길게 나열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독자마다 취향이 달라서, '설명 사건'만 쓰다 보면 '설명 사건'을 지루해하는 독자는 대거 이탈하게 될 겁니다. 여러 독자를 만족시키려면, 각 독자마다 좋아할 사건을 골고루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한 독자가 만족할 동안 다른 독자는 기다립니다.





내가 쓰면서 만족스러운 소설 vs 나보다는 독자가 좋아하는 소설



이번 내용을 읽어보면, 

내가 쓰면서 만족스러운 소설을 써야 하는지

나보다는 독자가 좋아하는 소설을 써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한 내용은 이미 '내가 쓰면서 만족스러운 소설'이 명확한 분이 '나도 재밌지만, 독자도 재밌는 소설'을 고민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아직 '내가 쓰면서 만족스러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면, 오늘은 글은 기억에서 지워주세요. 이런 분에게는 오늘의 내용이 '내가 쓰면서 만족스러운 소설'을 찾는데 독이 될 겁니다.


소설은 하루 쓰고 끝나는 글이 아닙니다. 한 작품을 3개월 이상 써야 하는 글입니다. 긴 시간 같이 할 글인데, 과연 쓰는 내내 불편한 글을 끝까지 (불편한 걸) 참고 쓸 수 있을까요?


소설은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쓸 때 가장 재미있습니다. 아직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래 칼럼을 읽어보세요. 좋아하는 글을 찾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storyhyun/168





커뮤니티 카페

http://bit.ly/cafenovel


1:1 피드백으로 재미있고 탄탄한 소설 쓰고 싶은 분을 위한 온라인 스터디

http://bit.ly/storyem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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