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좋아하는 글은 필력과 무관하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잘 써야 할까요?
처음 작가가 되려고 할 때는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력이 화려하고, 흡입력이 강한 글로 독자를 휘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 글을 쓸 때는 쓰다 지우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상황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아서
글을 못 써서
계속 지우고.
또 지우고.
또 다시 지웠다.
계속 글을 지우면서, 글 못 쓰는 자신이 답답했다.
소질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왜 굳이 글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습관처럼 다른 소설책을 읽었다.
킬링타임용 연애소설이었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문득 내가 읽고 있는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읽던 책은 흔히 인소라고 불리는 평범한 인터넷 소설이었다.
나는 평소에 문학소설을 보지 않는다.
뻔한 연애소설을 가장 좋아한다.
이 책들을 사기 위해 매달 10만원씩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필력이 별로네."
막상 나는 글을 쓰지 못 하고 있으면서,
이미 출판된 기존 도서들(베스트셀러도 물론)
기존 도서를 읽고는 필력이 별로라고 평가한다.
그럼 그 책은 정말로 못 썼을까?
전자책 서점에서는 댓글에 책을 신랄하게 평가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물론 모든 책에는 욕이 반이다.
매번 댓글을 보고 책을 구매하는 편이지만,
사실 댓글을 읽다 보면, 구매할 책이 없다.
모두 반은 욕이고, 반은 칭찬이기 때문이다.
이 댓글을 읽으면서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도 피곤할 때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글이 싫어진다.
그래서 결과가 뻔한 피곤하지 않은 소설을 읽는다.
때로는 반전있는 소설이 읽고 싶어서,
그런 책을 골라본다.
나처럼 같은 독자라고 해도 취향이 일관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잘 쓰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을까...?
편견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말을 무작정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첫 소설책이 탄생했었다.
그리고 다음 책을 쓰고,
또 쓰고,
또 썼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이 오히려 말한다.
"글 못 쓰는 소설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도 나는 말한다.
"저는 여전히 글 못 쓰는 소설가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필력보다는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종이에 적어 보았으면 좋겠다.
전세계인 모두가 못 썼다고 평가하는 글은 없다.
누군가는 당신의 글을 읽고
울고, 웃으며 공감한다.
나의 이야기는 곧 누군가의 이야기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