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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18.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38- 불안의 굴레

2023년 6월 19일 월요일


 요즘 동생의 호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조금만 숨 돌릴 틈이 생기면 머릿속에 또 다른 걱정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래서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폰을 들여다본다. 네모랗고 작은 세상 속에서 무얼 그리 찾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SNS는 이게 문제다. 팔로워와 좋아요 수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을 끊어낼 수가 없다. 올라가는 숫자를 보면 도파민이 분출되는데 마치 중독이 된 것만 같달까.


 물론 이것도 몇 번 하다 보면 질려서 떨어져 나가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숫자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내 성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해서 더 그런 듯하다. 높은 숫자가 나를 증명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끊어낼 수가 없다.


 동생이 낫는 것과는 별개로 병원 생활은 굉장히 따분하다. 여기선 자극도 흥미도 느낄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온라인 속 새로운 세상으로 자꾸만 눈을 돌린다. SNS가 왜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지 확실하게 알 것도 같다. 수시로 들어가서 살피는 걸 보면서 이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 멈출 수 없었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지 게시물을 단 한 개도 올리지 않을 정도로 무심했는데 여기서 그림과 글을 올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숫자와 반응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어쩔 때는 이런 게 부질없다고 느껴지다가도 한편으로는 또 나의 창작물을 알려야 하니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드는데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다.


 쉴 만한 환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생각이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서 나는 이러고 있다. 이게 바로 내 단점이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과 불안감을 키워서 일을 벌여 놓는다. 하나를 시작하면 완전히 끝을 맺지 않고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한꺼번에 시도한다. 욕심과 불안이 뒤엉켜서 나를 더 힘겹게 만든다. 분명 몸은 가만히 있는데 머릿속은 터져나가는 느낌이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만들면서 숨통을 옭죄인다. 이러한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건 공모전 포스터다. 지금 이럴 때 도전을 해보지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에 알아보고는 있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이제는 공모전 준비로 바쁠 예정이다. 정말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 이 정도면 가만히 못 있는 병에 걸린 게 분명하다. 오늘도 여유로운 마음 가지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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