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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20.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39 - 검사에 대한 의문

2023년 6월 20일 화요일


 오늘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전산화 인지 치료가 있는 날이다. 치료받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동생이 드디어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했다. 항상 판넬 버튼을 누르라고 하면 좌우 버튼만 누르고 상하 버튼은 가만히 둔 채로 멀뚱히 모니터만 보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누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니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병원에 있다 보니 별 것 아닌 일로도 감격스러울 때가 많다.


 동생 상의 단추에는 친구들이 선물해 준 쿠로미 인형이 걸려있다. 인형은 어제저녁 동생의 대학교 친구들이 면회를 오면서 동생이 좋아하는 캐릭터라면서 사들고 왔다. 동생 손에 쥐어 주긴 했는데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단추에 걸어 놓았다. 그랬더니 치료사 선생님들의 관심이 동생한테로 쏠렸다. 원래도 비슷한 또래라서 동생에게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인형 덕분에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동생을 보면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인형을 대롱대롱 달고 다니는 모습이 나름 귀엽기는 했다.


 재활이 끝나고 쉬는 시간 동안에는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다. 이번에는 평소에 다니던 길 말고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휠체어를 끌고 들어갈 수 있어서 동생과 함께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 전에 동생한테 먹고 싶은 것이 없냐고 물었는데 몽쉘이라고 해서 사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러 왔다. 먹여도 되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새우깡을 먹는 걸 보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원에서는 음식을 줄 때 사례가 걸리지 않게 주의를 시킨다. 그러다 보면  먹일 수 있는 것들이 바나나와 요거트처럼 물기와 덩어리가 없는 음식들로 한정이 된다. 하지만 그것마저 먹이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서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연하 검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삼키는 연습을 시키지 않으면 어떻게 통과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하니 그 말을 따랐는데 간병인 아주머니가 요거트로 삼키는 연습은 무조건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환자한테 문제가 발생할까 봐 조심스럽겠지만 하란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놔두면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그 의견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이라서 여러 환자를 많이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몽쉘을 먹여 보았는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에는 요거트까지 아주 든든하게 먹였다.


 내가 병원 신세를 져본 적은 없지만 아픈 사람을 많이 봐왔던 입장으로 느낀 점은 딱 하나 있다. 전문가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빠가 파킨슨 병에 걸려서 몇 달에 한 번씩 외래 진료를 다닐 때 하던 말이 있다. 병원 의사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겠지만 환자의 상태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했었다. 그때는 아빠의 말을 흘려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도 그럴 것이 검사 결과지 하나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날의 컨디션이 어떠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그렇게 치면 몇 달에 한 번 하는 검사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아빠 같은 경우는 약을 복용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차이가 극심했다. 병원에 외래진료를 갈 때면 혹시나 돌아오는 길에 힘이 빠질까 봐 시간 맞춰서 약을 먹고 갔다. 당연히 각성 상태로 검사를 받았으니 문제가 보이지 않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그 결과지로만 환자를 판단한다. 그래서 검사결과는 항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 그렇게 그 당시에 약의 부작용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것도 아빠가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장을 보고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가족들한테 나이가 들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기분이 이상하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게 약 부작용일 거라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아빠의 질병 악화 속도가 남들보다 빨랐다면 반대로 동생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이 되었다. 그러니 연하검사를 받았던 4월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이 6월인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는 그때의 결과지만 가지고 음식 먹이는 것에 제한을 둔다. 그래서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없기도 했다. 아침에 회진을 돌 때 환자의 상태를 잠깐 보고 가는 의사보다는 24시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눈이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 판단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연하 검사가 있을 예정이라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없었다. 이번 연하 검사에서 동생은 분명 통과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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