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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17.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37 - 먹부림

2023년 6월 18일 일요일


 나름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이다. 물론 병원에 있다 보면 평일이나 주말이나 다를 게 없어서 쉬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10시 40분부터 재활이 시작되니 느긋하게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재활을 가기까지 시간이 많다 보니 경관유동식을 끝내고 삼키는 연습을 시킬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요플레 한 개도 다 먹지 못해서 남기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한 개는 거뜬하고 바나나까지 먹는다. 예전과 비교하면 먹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먹는 양도 늘었다. 동생이 먹는 걸 보니 뱃줄까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이고 나서는 동생이 먹고 싶다고 말했던 매운 새우깡을 꺼내 들었다. 동생은 과자 봉지를 뜯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손부터 갖다 댔다. 그러고는 봉지 안으로 손을 넣더니 한 움큼씩 집어든다. 입에는 1개씩만 넣으라고 말해도 내가 한눈을 판 사이에 두세 개씩 입에 넣고는 우걱우걱 씹고 있다.


 바삭한 과자는 처음 먹여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잘 먹어서 당황했다. 어찌나 잘 먹던지 새우깡 절반은 동생이 다 먹어 치워 버렸다. 벌써부터 이런 걸 먹여도 되나 싶긴 했지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말릴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사레가 들리지 않는지 계속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다행히 기침 한 번을 안 하고 무사히 다 먹는 걸 보고는 왠지 조만간 진행할 연하검사에서 통과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요일에는 보통 12시 10분이면 모든 재활이 끝나서 그 이후로는 자유 시간 같지 않은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온한 주말을 느끼고 싶지만 병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럴 수가 없었다. 병원은 혼자 만의 공간과 시간을 절대 가질 수 없는 곳이다.


 병실 입구 쪽에 있는 할아버지와 간병인은 매일 같이 투닥거린다. 할아버지는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저녁만 되면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한다. 그러다 보니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간병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침대에서 벗어나는데 얼마 못 가서 발각이 된다. 간병인은 그 모습에 놀라서 환자가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된다며 큰 목소리로 다그치는데 너무나 시끄럽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혼나는 사람은 할아버지인데 같이 듣고 있다 보니 나까지 혼나는 기분이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오후 3시쯤 되면 병실 사람들 대부분이 할 일을 다 끝낸 상태라 낮잠을 자거나 쉬고 있다. 이 시간대가 유일하게 조용한 순간인 듯하다. 잠깐동안 주어진 평화에 나도 모르게 잠이 쏟아졌다. 반면 동생은 잠이 안 오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 있길래 유튜브를 틀어준 뒤에 잠이 들었다. 그래도 마음 편히 잘 수 없어서 중간중간 동생이 무얼 하는지 실눈을 뜨고 확인했다.


 그렇게 낮잠 같지 않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네블라이저를 해주고 저녁을 챙겨 주었다. 동생이 저녁을 먹는 사이에 잠시 나가서 로제 떡볶이와 핫도그를 사서 돌아왔다. 며칠 전부터 몸이 자극적인 음식을 요구하는지 떡볶이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병실에서 먹다 보면 모두에게 나눠주기는 애매하고 혼자 먹기는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기가 불편해서 안 먹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 냄새가 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떡볶이를 포장하고 나서 곧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병실로 갔더니 타이밍이 딱 맞게 첫 번째 피딩이 끝이 났다. 두 번째 피딩도 마저 챙겨준 다음 드디어 떡볶이와 핫도그를 맛보았다. 오랜만에 맛있는 걸 먹어서 그런지 오늘 하루의 마무리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일요일은 둘 다 먹기만 하고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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