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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12.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33 - 소화기 내과 외래 진료

2023년 6월 14일 수요일


부산대학교병원에 외래 진료를 보러 간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이번에는 소화기내과로 진료를 보러 간다. 그래도 이번에는 4시 진료이기도 하고 한 번 가봤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마음이 편했다. 다만 이번에는 진료가 끝나고 다시 재활병원으로 돌아오는 게 문제일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분명 두리발 기사님한테 들은 바로는 오후 5시부터는 교대시간이라서 거의 모든 택시가 차고지로 가느라 운행하는 차량 수가 굉장히 적다고 했었다. 교대가 끝나고 나서는 7시부터 정상적으로 다시 운행된다고 들어서 늦은 시간에 돌아올 수 있겠다는 마음의 준비는 이미 한 상태다.


 또 한 가지 걱정이었던 점은 바로 동생의 저녁식사인데 병원으로 돌아와서 먹이면 되겠다고 판단을 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간호사가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하기론 너무 늦으면 저녁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전에는 병원에서 주는 피딩팩을 가지고 나가는 것도 안 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것을 가지고 나갔는데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늦어져 저녁 피딩팩을 뺀다니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외출 시에는 피딩팩 지급이 불가능하냐고 물어보니 급식소 전산 작업 때문에 외출 시에는 식사를 전부 빼버린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피딩팩도 없고 동생이 먹을 수 있는 건 바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으니 해결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따로 이야기가 없어서 나중에 다른 간호사를 찾아가서 저녁은 어떻게 되는지를 물으니 이번만 예외 상황으로 보고 저녁에 피딩팩을 지급해주겠다고 한다. 동생을 굶기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이러한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주관으로는 병원 입장에서 곤란한 상황을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이러는 것 같았다. 만에 하나 급식이 나오는 시간대에 외출을 신청한 사람이 피딩팩을 받아놓고 그런 적이 없다며 급식비를 빼달라고 한다면 난처해질 테니 말이다. 며칠 전에도 간호사는 연고를 줬다고 하는데 보호자는 받은 적이 없다고 한 경우를 봐서 그런 진 몰라도 아마 비슷한 경우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무엇이 사실인지 증명하면 된다. 확인이 안 되면 물품 준비실과 복도에 있는 CCTV를 돌려 본다거나 방법은 찾으면 얼마든지 나온다. 전산 작업에 문제가 발생할까 봐 그러는 경우라면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외출 시에 피딩팩을 지급했다는 확인서에 사인을 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콧줄을 달고 있는 환자가 밖으로 나간 들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피팅팩이 밖에서 쉽게 구해지는 것도 아닌데 외출 시에는 지급을 하지 않는다니 황당할 뿐이었다.


 물로 피딩팩은 개인적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문제는 웬만한 약국에서는 구하기가 어렵고 낱개로 구매가 불가능하여 대용량으로 사야 한다. 기본이 20팩부터인데 몇 개월마다 가는 외래진료를 위해서 개인적으로 경관급식을 사서 보관해 놓기엔 애매했다. 오늘은 어떻게 해서 저녁을 해결했다지만 다음에도 외래진료를 보러 갈 때마다 이렇게 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병원 시스템에 의문점만 남긴 채로 일단 동생은 재활을 보냈다. 그 사이에 나는 병실 청소를 하고 짐을 마저 챙겼다. 오후 4시까지 병원에 도착해 있으려면 적어도 점심쯤에는 두리발을 신청해야 한다. 대략적으로 이동 시간을 계산해 보니 1시 반쯤에 연락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재활은 오전까지만 받기로 했고 동생을 데리러 내려가보니 손에는 못 보던 종이비행기가 들려 있었다. 재활 치료사분들이 선물이라고 준 것 같은데 비행기를 놓지 않고 손에 꼭 쥔 모습이 웃겼다. 나중에는 장난을 친다고 종이배를 접어서 동생의 머리 위에 왕관처럼 올려놓은 걸 보니 깜찍해서 웃음이 나왔다.


 동생은 자신의 머리 위에 노란 종이배가 올려져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순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니 웃는다. 내가 절대를 종이배를 떨어트리면 안 된다고 말하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노란 종이배를 왕관처럼 올려놓고 있는 동생을 보고는 모두들 귀엽다는 듯이 웃으면서 한 마디씩 던졌다.


“경오 씨 머리 위에 뭐가 있네.”

“누가 만들어서 올려놨어요.”

“떨어지지도 않고 엄청 잘 올라가 있네.”


 동생은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막상 동생은 자신의 인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반응이 없었다. 항상 지나갈 때마다 악수를 하자거나, 손을 흔들어달라는 요청은 비일비재한 일상이었다.


 오전 재활이 다 끝나고 나서는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 검사를 하고 재빠르게 점심을 먹였다. 경관 유동식이 끝날 때쯤 두리발 신청을 했고 이번에는 30분 정도 대기한 것 같다. 다행히 동생의 상태가 나빠보이지 않아서 외출을 하는 데에도 손색이 없었다. 빠진 게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거치고 나서 택시를 탔다. 놀라운 건 한 달 사이에 동생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외출을 해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그전까지만 해도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으면 목을 가누는 힘이 부족해서 고개가 자꾸만 뒤로 젖혀져서 지탱하고 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꼿꼿하게 잘 버티고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택시 안에서 중간중간 동생의 상태를 살폈는데 식은땀도 흘리지 않고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예전보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에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놀랍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출근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동 시간도 40분 정도 걸렸고 요금도 전보다 1000원이나 더 싸게 나왔다. 대충 이동거리 19km에 요금은 5천 원 초반 대라고 보면 된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요금에 대한 부담이 되지 않아서 이용하기에는 정말 괜찮았다. 3시도 안 돼서 병원으로 도착한 우리는 일단 진료 접수를 하고 CD 등록을 했다. 역시나 CD 등록은 오래 걸린다. 그래도 이번에는 원무과에 맡겨서 진행을 했기에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이렇게 등록이 다 끝나고도 4시가 안 됐는데 정작 진료는 5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순환기 내과에 대기 인원도 꽤나 있었고 심전도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여기저기로 이동하고 대기를 하느라 시간이 길어져 버렸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소화기 내과 교수와 면담을 했는데 딱히 별 내용은 없었다. 동생의 부정맥과 심장 기형이 심한 수준이 아니라서 지켜보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그때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하기만 했다. 그래도 정기 검진은 필요했기에 내년 2월에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여 미리 예약을 했다.


 생각보다 별 것 없었던 진료에 허탈했지만 동생의 상태가 그만큼 괜찮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거기에 만족했다. 모든 진료가 다 끝나고 5시 30분쯤 두리발을 불렀다. 문제는 대기인원이 30명이 넘는 것만으로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하필 지금 이 시간이 교대를 할 시간이라서 운영하는 택시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동생과 주변을 돌아다니며 저녁을 먹을만한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식당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한참을 돌다가 노상에 테이블이 깔려 있는 치킨집을 발견하고는 가게 앞으로 향했다.


 가게 안으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고 일단 포장으로 주문을 하고 바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택시의 대기 인원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길에서 시간을 더 때워야 할 상황이었다. 혹시나 바깥 테이블 자리에 앉아 있어도 되는지 식당 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동생과 함께 택시를 기다렸다.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택시는 올 생각을 하지 않고 나는 배가 고픈 나머지 포장된 치킨을 하나씩 꺼내 먹었다. 내 앞에 있던 동생은 치킨을 먹을 수가 없어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혼자 먹는 게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봐서 부담스럽다고 하니 웃기만 했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1시간 반 넘게 배회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드디어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병원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도 동생은 졸지도 않고 꼿꼿하게 앉아있었다. 그 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서 상당히 놀라웠다. 불과 한 달밖에 안된 기간 동안 동생은 말도 하고 근육도 발달해서 자세를 잘 유지하고 있다.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동생의 빠른 변화에 대해서 말해주니 소식을 듣고는 정말 기뻐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정체기가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 시름 놓이는 듯해 보였다. 엄마와 전화가 끝난 뒤에는 연이어 삼촌에게 전화가 와서 방금 했던 설명을 또다시 해주었다. 삼촌도 동생의 상태를 듣더니 다행이라고 말하며 기뻐하는 눈치였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변화라서 이 사실은 몇 번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는 오후 7시 40분쯤이 돼서 도착을 했고 병실에 올라가자마자 바로 피딩부터 진행했다.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9시가 넘어서야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외래 진료를 갔다 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시끄러웠던 간병인 아줌마가 보이지가 않았다. 마찬가지로 환자도 보이지 않았기에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일단 오늘 걱정했던 것보다 외래진료가 무사히 끝나서 너무 다행이었고 동생의 상태도 나날이 좋아져서 안심이 되었다. 물론 헤쳐나가야 할 문제는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콧줄만 빼면 가장 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회복속도에 가속이 붙는 이 기회를 이용해 이번 달 안으로 콧줄을 뺄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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