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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30.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46 - 연하 검사 통과

2023년 6월 27일 화요일

 

 오늘은 기쁜 소식과 함께 별 탈 없는 하루를 보냈다. 물론 오후 재활 시간 도중에 동생 바지에 소변이 새는 바람에 중단한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다음이 바로 쉬는 시간이기도 하고 이왕 올라간 김에 기저귀를 갈고 머리를 감겼다. 쿠팡에서 구매한 실리콘 샴푸대는 언제 쓰더라도 여전히 불편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그냥 사용하는 중이다. 그래도 저번처럼 큰 사고를 치지 않고 머리를 무사히 감겼다. 나날이 기술이 발전한다.


 다시 동생은 재활 치료실로 보내놓고 엄마와 건강검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에서 단체건강검진을 진행하는데 추가 금액을 내면 가족 중 1명까지 건강검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갑작스럽게 뇌출혈이 발생한 동생을 보니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건강은 어리다고 방심할 게 아니라는 걸 뼛속 깊이 새겨버렸다. 아무래도 나 또한 실신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보니 혹여나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까 봐 불안했다.  


 또한 아빠도 43세라는 젊은 나이에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이 찾아왔었기에 건강검진은 무조건 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국가에서 해주는 기본 검진은 빠짐없이 받았고 위내시경과 같은 심층적인 검사는 마지막으로 받은 게 2019년이었다. 건강염려증이라고 하기엔 평소 생활 습관을 보면 아닌 것 같고 제멋대로 건강관리를 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지는 않으면서 검사는 꼬박꼬박 하러 다니는 게 내가 생각해도 모순적이긴 하다.   


 건강검진은 8월 중순쯤으로 예약을 했다. 동생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나까지 그동안 소홀히 했던 신체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검사 결과가 좋게 나올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해서 크게 나쁘게 나올 것 같지도 않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검사를 받아봐야 알게 될 것이다.


 요즘에는 재활이나 건강 걱정 말고도 공모전 준비로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기회조차 없을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해야 한다. 왜 이토록이나 미친 듯이 일을 벌이는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지만 멈출 수가 없다. 언제쯤이면 끊임없이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만히 있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은 아직도 마음속에서 여전한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려놓는 연습 중이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연하 검사를 진행했다. 동생의 배에 호스를 연결할지 안 할지 결정이 되는 것이라서 중요했다. 당연히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검사실로 들어가기 전에 동생한테 잘할 수 있냐며 확인하고 “어”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검사실 문이 열리고 입 안에 하얀 가루가 잔뜩 묻힌 동생이 나왔다. 이내 담당의가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다가왔다. 결과를 들어보니 음식물을 삼키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물과 같은 액체는 기도로 흘러 들어가는 게 확인이 되었다고 한다. 담당의는 혹여나 액체는 기도로 잘못 넘어갈 수도 있다며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래도 연하 곤란식을 진행하겠냐고 물었다.   


 거기에서 나는 무조건 연하식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담당의는 단호한 결정에 불안하지만 어쩔  없다는  일단 오늘 저녁까지는 경관유동식으로 하고 내일 아침부터 연하식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먹는 양과 수분섭취도 중요하니 신경 써야   많다며 아침밥을  먹는지 확인하고 콧줄을 빼기로 하자며 설명했다. 음식을 삼키는데 문제가 없더라도 수분섭취가 제대로  되면 곤란할 수도 있다며 걱정을 했지만 그래도   해보겠냐고 다시 한번 물었다.  말에 살짝 걱정이 됐지만 그래도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동생의 퇴원을 위해서는 어차피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고 미뤄봤자 호전되는 상황만 늦출 뿐이라는 생각에 못 먹어도 고라는 심정으로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뱃줄은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시름 놓았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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