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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25.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41 - 이상한 2023

2023년 6월 22일 목요일

 

 올해는 참으로 이상한 날이다. 어젯밤 엄마에게서 할머니의 입원 소식을 전해 들었다. 5년 전에도 폐에 물이 차서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문제였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어 보여서 너무 갑작스러웠다.


 5년 전, 2018년에는 할머니가 입원을 해서 가족들의 걱정을 샀고 불과 몇 달 후에는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5년 후, 2023년 동생의 뇌출혈로 시작하여 사촌 동생의 골절, 할아버지의 수술 그리고 할머니의 입원까지 많은 일들이 생겼다. 어째서 불행은 이렇게까지나 한꺼번에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걱정했던 것보다는 할머니의 몸 상태가 좋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아픈 곳은 없냐고 물어봤는데 폐에서 물을 빼냈더니 통증이 바로 사라졌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3일 정도만 입원을 하면 된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걸 듣고는 안심이 되었다. 오히려 입맛이 돌아서 병원에서 나오는 밥을 남김없이 비웠다면서 병원 체질이라고 자랑까지 한다.


 가뜩이나 면회를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걱정을 했는데 할머니가 너무나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해서 마음을 한결 놓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세상이 동생에게 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가족들에게 나눠 주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무섭다고 느껴졌다. 할머니는 동생을 볼 때마다 항상 자신이 대신 아파야 한다며 말을 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아파도 이 정도로 안쓰럽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정말 할머니의 말대로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그것은 어떠한 징조 없이 인기척을 내지 않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덮쳐 버렸다. 입원을 하고도 여전히 그런 말을 하는 할머니를 보며 신신당부했다. 앞으로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하니 알겠다고 하셨다. 할머니와는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고 좋은 생각만 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끝냈다.


 세상은 자신이 내뱉은 말의 결과를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사람의 눈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병원에 있다 보면 그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면서 세상의 진실에 대해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진실이다. 식상한 말들 중에서도 가장 식상한 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지겹도록 들어서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을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수업 중 같은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고 그걸로 모자라서 밑줄과 별표까지 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돌고 돌아서 지겹도록 듣는 속담 속에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먼저 살아본 자들이 말하는 지혜라고나 할까.


나의 두 눈으로 똑똑히 마주하는 이 현실이 누군가의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깨닫게 되니 과거에 어떤 말을 하고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무서워졌다. 말과 생각을 조심하며 지금은 모든 것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내면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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