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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ul 28.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44 - 자유를 향해

2023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을 꼴딱 새고 오전 5시에 잠이 들었다. 그렇지만 엄마와 교대를 하는 날이라 6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병원에서 지낸 후로 안 좋은 습관 하나는 확실히 개선했다. 주말이면 항상 오후 1, 2시에 일어날 버릇을 했는데 이제는 오전에 눈이 자동적으로 떠진다. 곰도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는데 나란 사람도 100일이 지나니 확실히 생활 습관이 바뀐다. 27년 만에 반강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일단 씻고 어젯밤 어질러 놓은 것들을 대충 정리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날은 싱숭생숭하다. 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집을 놔두고 불편한 곳으로 가야 한다. 창문은 있지만 창 밖이 보이지 않는 사방이 커튼으로 둘러싸인 공간만 생각하면 답답했다. 이렇게 멀쩡한 집을 두고 가야 한다니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저녁에 교대를 하고 일요일 오후에 교대를 하면 나에게 주어진 건 이틀밖에 안 된다  그 이틀 중 하루는 교대를 하느라 다 써버리고 온전하게 쓸 수 있는 건 하루밖에 없다. 분명 휴식을 취하러 나왔는데 온전하게 쉴 수는 없다. 일요일이 되면 교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여서 일찍 깨어난다. 언제 오냐고 물어보는 연락도 부담스럽고 괜히 눈치가 보여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집에 있고 싶은 마음 반, 병원으로 빨리 가고 싶은 마음 반이다.  집에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교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병원에 있으면 몸은 불편하지만 교대를 해야 한다는 신경을 안 써도 된다. 결론은 어디에 있더라도 불편함은 존재했다. 힘겨운 상황을 버티려고만 하지 말고 즐기자고 마음을 다 잡지만 나도 모르게 불평이 올라올 때면 심란해진다.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운전대를 잡으니 기분이 나아졌다. 그냥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체되어 있는 삶 속에서 유일하게 속도감을 느낄 수 있어서 운전을 할 때면 개운했다.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내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다니는 배처럼 느껴진다. 항해를 하다가 뜻하지 않게 폭풍우를 만나 어느 한 부둣가에 정박을 한 기분이랄까.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자동차뿐이었다. 확실한 목적지와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달리는 여정에서는 그 어떤 모호함도 불안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야 할 곳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드라이브를 할 때면 자유롭지만 동시에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추구하는 삶은 딱 하나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돈으로부터의 자유. 지금은 잠시 자유를 포기해야 하지만 반드시 되찾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유일한 소망으로는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의 자유를 되찾고 싶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귀속되지 않고 나란 사람만 생각하고 싶다. 차마 놓을 수가 없어서 짊어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를 벗어던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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