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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Aug 10.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51 - 하루 세끼

2023년 7월 2일 일요일


일요일은 항상 오전 10시 40분부터 재활을 시작한다. 그래서 일주일 중 가장 여유로운 요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동생이 미음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여유로움은 끝이 났지만 말이다.


 경관유동식을 진행할 때는 피딩을 연결만 해주고 옆에서 같이 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동생이 스스로 숟가락질을 했으면 좋으련만 밥을 먹는 동안 옆에서 떠먹여 줘야 한다. 간식은 잘 먹지만 미음은 맛이 없는지 먹는 게 영 시원찮다. 제일 걱정되는 건 영양이다. 혹여라도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살이라도 빠지면 곤란하다. 국물을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남김없이 먹이려고 하는 데 따라 주지를 않는다.


 보통 밥을 다 먹이려면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그때마다 많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점심 같은 경우는 동생을 챙기느라 나는 뒷전이다. 요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못 챙겨 먹었다. 상황을 보고 맞추려다 보니 겨우 저녁 한 끼만 챙겨 먹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동생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할 때마다 실랑이를 벌이느라 시간이 늦어진다. 그럴 땐 답답한 나머지 동생에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


 분명 동생이 호전되는 건 기쁜 일인데 기분이 가라앉는다. 애초에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는 않았지만 이게 안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마치 자유의지가 박탈당하는 것 같달까. 아무튼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그리고 식사시간은 왜 이리 빨리 찾아오는지 분명 아침을 먹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이 찾아온다. 그리고 숨 좀 돌릴 틈이 되면 저녁이 된다. 정말 밥만 먹이다가 하루가 다 지나간다.


 동생이 밥을 먹을 때 옆에서 같이 먹을 순 없다. 아직까지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신경이 곤두서서 그 상황에 먹었다가는 속이 더부룩할 것 같다. 기도로 흡인이 되지 않게 음식물을 제대로 씹고 삼키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양과 속도 조절도 도와줘야 한다. 나중에 혼자 숟가락질을 하게 된다면 그나마 여유가 생겨서 같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용인 세브란스에 있을 때보다는 잘 먹는 것 같아서 희망이 보인다.


 밥 먹일 때 또 하나의 문제는 자세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침대 난간 옆에서 먹이려고 하니 힘든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자를 바짝 붙이고 앉으려면 다리를 쩍 벌려야 하고 그렇게 1시간을 앉아 있다 보면 온몸이 뻐근해진다. 그러다 보니 식사시간이 끝나면 몸이 지쳐서 입맛이 떨어진다. 동생은 살이 찌고 나는 살이 빠질 것 같다. 밥을 겨우 다 먹이고 나면 이게 무슨 고생인지 여러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친다. 그렇게 하루에 세 번 올라오는 짜증을 막아내느라 심신이 지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쳐도 쉴 수가 없다. 밥을 먹이고 나면 약을 먹여야 한다. 점도 증진제를 탄 물에 가루약을 섞어서 떠먹여야 한다. 아직까지는 조심해야 하는 단계라서 물도 함부로 못 먹인다. 그래서 물도 퓌레처럼 만든 다음에 숟가락으로  떠서 준다. 그렇게 약을 다 먹이고 식판까지 치우고 나서 이를 닦인다. 그렇게 모든 걸 끝낸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넋을 놓은 채로 의자에 앉아 있다.


 밥을 먹지 않아서 더 예민해지는 것도 있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져서 피곤해졌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 잡으려고 노력한다. 동생이 호전될수록 해야 되는 일이 늘어나지만 그게 좋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내가 해야 될 일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건강이 괜찮아지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여전히 나의 임무는 많이 남아있다. 기저귀를 떼는 연습부터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 화장실 동행까지  일이 많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물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샤워하는 것까지 매일 도와줘야  것이다. 동생이 모든  스스로 하기 전에는  몸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과정이 반드시 나야 한다.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기는 하지만 해야 한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 손을 놓고 싶어도 마음대로 포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싫어도 버텨야 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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