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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Apr 02.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33 - 잠 못 이루는 밤


2023년 3월 6일 월요일


 아침부터 엄마에게 온 전화에 잠이 깼다. 보험사에서 동생의 일로 연락이 올 거라며 받으라고 했다. 엄마와 전화를 끊은 지 얼마 안 돼서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다. 보험에 관한 사항은 직접 만나서 설명을 해야 하기에 며칠 후면 면담일을 정하자는 전화가 다시 올 거라는 내용이었다. 과연 내가 설명을 듣는다고 알아들을까 싶었지만 일단 서울에는 나밖에 없으니 엄마를 대신하여 만나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봤다. 내일이나 모레 동생을 보러 가려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4시간 밖에 못 자서 더 자고 일어나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잠을 자려고 누워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다는 느낌에 찝찝해져서 한참 동안 뒤척이다 결국은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검사 기관을 확인하고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갔다.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내 앞에 대기 인원은 한 팀인데 내 차례가 되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접수대 앞에 서있던 사람들이 나가서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여기서 코로나 검사를 하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길래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검사 비용을 이야기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는 10만 원입니다. ”  

“네? 코로나 검사가 10만 원이라고요?”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 뒤 잠시 병원 밖으로 나왔다.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검사비용을 얘기했더니 병원마다 전부 다를 거라며 알아보라고 했다. 면회를 가기 위해선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3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면회를 가자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정말 쉬운 게 하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면회를 오지 말라고 일부러 수를 쓰는 것 같았다. 신속항원검사와 자가키트검사는 인정하지 않고 오직 PCR 검사만 가능했으니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금액에 너무 놀라서 다른 곳을 알아보니 7만 원에 검사를 하는 곳이 있었다. 코로나 검사는 무료로 받아본 것이 전부였던 나는 비용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여태껏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어서 검사를 따로 받은 적도 없었기에 검사비용이 더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도 면회를 가려면 어쩔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주변에서 제일 싼 게 7만 원이었다. 11만 원을 받는 병원도 있고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전화로 알아보고 움직일 걸 그랬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갈 병원이 전에 다니던 직장과 같은 건물이라 검사를 받고 나서 잠시 들렸다. 팀장님과 동료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했다. 장난 삼아 요즘 근무환경이 나아졌다며 다시 재입사를 하라는 팀장님의 말에 치를 떨며 손사래를 쳤다. 오랜만에 만난 직장 동료들은 여전히 쾌활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밝은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었다.


 오후 5시 20분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교수님이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될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경청했다. 혹여나 교수님의 말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서 메모지에 받아 적기 시작했다. 동생은 금요일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던 터라 갑자기 바뀐 환경으로 인해 토요일에 열이 났다고 한다. 열이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니 오른팔에 꽂아져 있던 중심정맥관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한 달 동안 주삿바늘을 꽂고 있다 보니 염증이 발생하여 열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중심정맥관을 제거하니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열이 금방 내렸다고 전했다. 백혈구도 높은 수치였는데 낮아졌고 콧줄에도 적응을 잘해서 주사로 영양을 공급하는 치료는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장은 초음파를 하고 보니 금요일에 예측했던 대로 엡스타인 기형이 맞다고 전했다. 그래도 엄청나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가벼운 상태라서 수술을 안 해도 되는 대신 심부전 예방을 돕는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MRI결과 뇌혈관은 이상이 없고 추가로 진행되는 뇌출혈 또한 없다고 했다. 문제는 뇌경색 후유증인데 그나마 다행인 건 쓰러지면서 손상된 부위 이 외에는 뇌경색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머지 검사는 내일 진행한다고 하길래 내일 면회를 갈 때 검사결과를 들어도 되냐고 물었다. 교수님은 내 말에 흔쾌히 직접 만나서 설명해 주겠다며 5시에 검사가 끝날 것 같으니 그 시간에 맞춰 오라고 말했다.

 

 내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오늘은 일찍 자보려고 했지만 한번 바뀐 밤낮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저녁 12시쯤 잤는데 2시간 밖에 못 자고 깼다. 누워있는데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서 앞으로 간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이 필요한 지 검색을 해보다가 가족요양에 대한 영상을 발견했다. 가족요양을 하면 국가에서 일정 급여가 나오게 되는 데 그것을 받기 위해서는 요양 보호사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격증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교육원에서 24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응시자격이 주어진다고 했다. 마침 국민취업제도에 참여하던 터라 어플에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 국비를 이용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찾아보니 30일간 수업을 해야 한다. 심지어 평일 9시부터 5시까지는 학원에 있어야 한다. 주말반이라도 있으면 주말에는 엄마한테 동생을 맡기고 나는 학원을 다니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말만 운영하는 수업은 없었다.


 다음주가 되면 내가 간병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인지 생각이 복잡해졌다. 한 달간 전문 간병인에게 맡기고 나는 그 사이에 교육을 다 듣고 나서 간병을 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닌가 고민이 되었다. 심지어 교육은 내일부터 시작한다. 결정을 할 거면 오늘 당장 해야 하는데 생각이 많아져서 괴로웠다. 2월에 손 놓고 가만히 있었던 게 후회가 됐다. 진작에 알아보고 학원을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달 전에는 생각도 못했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 하나 싶어서 답답한 마음에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데 딱히 마땅한 수가 없어 보인다.


  얘기를 들어보니 뇌 질환의 골든타임은 3-6개월이라고 한다. 3개월 전에 재활을 하면 치료효과가 가장 좋고 최대 6개월까지도 기대를 해볼 수 있다고 했다. 동생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느라 한 달을 날렸다. 그러니 두 달 동안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아야 한다. 그리고 뇌를 활성화시키려면 가족이 곁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아무래도 익숙했던 얼굴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훨씬 더 뇌에 자극을 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당장은 자격증 취득이 급한 건 아닌 것 같다. 먼 미래를 봤을 때 요양 보호사 자격증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동생이 빨리 의식을 찾도록 옆에서 자극을 주는 게 우선일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통째로 날렸다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아니 물론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지만 혹시라도 가족을 간병해야 하는 상황이 언제든 올 수 있으니 요양 보호사 자격증은 미리 따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때가 돼서야 나처럼 후회하며 새벽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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