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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Apr 12.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43 - 은혜 갚을 까치

2023년 3월 16일 목요일


  오늘은 6개월 간의 국민취업제도를 종지부 찍는 날이다. 아마 오늘이 고용센터에 방문하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준비한 자기소개서를 들고 담당자에게 찾아갔다. 이메일로 보내놓은 파일이 열리지 않아서 결국은 폰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작은 폰으로 이력서의 내용을 확대해 가면서 확인하는 담당자를 보니 왠지 모르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지원제도가 끝이 났으니 원래라면 취업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당장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서 취업 중단 신청을 해야 했다. 유예나 중단이나 어차피 재참여를 하려면 3년 후에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중단을 해버렸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취업을 할 줄 알았던 내가 중단 신청서를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중단사유를 쓰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제도가 종료되고 나서 취업기간은 언제까지 해당되냐고 물어봤더니 3개월 이내에 취업을 하기만 하면 취업성공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담당자는 나에게 그 기간 안으로도 취업이 불가능할 것 같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야 되는 현실을 마주하니 너무나도 우울했다. 3개월 안으로 동생이 의식을 차리고 일상생활을 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 분명하기에 가능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열심히 도와주신 담당자님께도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렇지만 이것이 내게 있어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로써 모든 게 끝이 났다. 내가 속해 있던 세상을 잠시 떠나 동생이 있는 곳으로 향할 준비가 되었다. 이제 내가 더 이상 신경 써야 할 것들은 없다. 홀가분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허함이 몰려들었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열정을 가지고 고용센터를 방문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럴 일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미련이 남았다. 집으로 가는 내내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본 지 모르겠다. 그냥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나에게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3년 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때는 내가 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하고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집으로 가기 전에 PCR 검사를 받기 위해서 내과를 들렸다. 토요일부터 간병을 하려면 음성 확인서가 필요해서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코끝에서 머리까지 짜릿해지는 경험을 하고 친구를 만났다. 예전부터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떡볶이 맛집을 찾아갔다. 애플하우스라고 하는 가게였는데 밖에서  것보다 내부가 훨씬 넓었다. 즉석 떡볶이의 양을 보니 둘이서 충분히 먹을  있을  같다는 생각에 라면사리까지 추가했는데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던  같다. 순대볶음과 무침 군만두까지 시켜서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 쓸데없이 너무 욕심을 부렸던  같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왔는데 따듯했던 낮과 다르게 날씨가 쌀쌀해졌다. 산책은 무리일  같아서 스타벅스 선상카페를 가기로 했다. 작년 이후로 처음이었지만 내부는 달라진  없는  같다. 바깥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한강을 하염없이 구경했다. 넋을 놓고 밖을 바라보다 문득 여기를 언제 다시  방문할  있을까 싶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동생 간병을 하다가 부산으로 병원을 옮기게 되면 한동안 서울에  일은 없게 되니 말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오늘 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 날이  줄을 꿈에도 몰랐다. 역시 모든 것은 잃었을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조금 더 함께 하고 싶었지만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를 더 이상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 탁 트인 곳에서 기분전환을 시켜주기 위해 일부러 나를 불러낸 친구가 고마웠다. 내 생각을 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내가 이 은혜를 보답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적당히 먹고, 마시고, 경치까지 즐겼으니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해나가야 할 차례다. 오늘도 긍정적인 힘을 얻었으니 나는 앞으로도 모든 잘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은 요즘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줄 날들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떡볶이& 잠원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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