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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Apr 28.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59 - 병원에서 봄

2023년 4월 1일 토요일


 4월의  시작을 병원에서 맞이했다.  밖을 보니 벚꽃이 피어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봄날의 바람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동생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없지만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밖에 벌써 봄이 왔다 알려주니 가만히 누워 있기에는 몸이 꽤나 근질근질거릴 것이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9 까지 기구 재활을 가야 해서 서둘러 준비를 마쳤지만  이후에는 재활이 없어서 나름 한가했다.


 요즘은 재활을 하는 환자들이 많아서인지 2대밖에 없는 경사침대항상 만석이다. 그래서 동생은  때마다 갈릴레오라는 전신 진동 자극기에서 진동을 꺼놓은  경사각만 높여서 진행한다. 그전에는 45도로 했었는데 이제는 60도로 설정해도 거뜬하게 서있다. 마침 엄마는 기구 재활을  때 도착했다. 엄마가 아들에게 인사를 건네니 어제와는 다르게 똑바로 바라본다. 엄마는 아들의 눈 맞춤 한 번에 어제의 설움을 잊은 듯해 보였다. 


  같은 시간에 재활을 하는 환자 친구가 한 명 있다. 나이는 50-60대로 알고 있는데 동생의 머리에  흉터 자국과 같은 모양에다가 위치까지 같아서 눈여겨봤었다. 같은 뇌출혈 환자로 보이는데 동생보다는 의식 상태가  나아 보였다.


 같은 상황이라서 눈길이 갔는데 거기도 가족들이 면회를   같았다. 가족의 얼굴을 보니 예전에 중환자실 앞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생과 수술받은 시기가 비슷하기도 하고 그때도 대가족이 한꺼번에 몰려와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어서 인상이 깊었. 보아하니 오늘은 딸과 손주들이   같았다. 그분은 목에 관을 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했지만 글씨를   있는  같았다.


 불편한 점을 물으면 글로 적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보니  동생은 언제쯤  정도로 회복이 될지 궁금해졌다. 분명 같은 부위에 흉터가 있는데 동생과는 다르게 오른손을  사용한다. 그런데 시선 처리가 명확하지 않고 표정이 없어 보였다.  반면에 동생은 표정은 다양한데 오른쪽에 마비가  건지 오른손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왼손잡이도 아니라서 글을  수도 없다. 혹시나 싶어 동생에게 아이패드를 쥐어줘 봤는데 알아볼  없는 낙서만  뿐이었다.


 우리보다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다친 환자들은 경사 침대에 나란히 기대서 재활을 받고, 가족들은 그 옆에 찰싹 붙어 불편한 곳은 없는지 잠시도 쉬지 않고 확인을 한다. 비단 내 가족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처지인 그의 가족과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재활이 끝나고 나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송신청을 하지 않고 동생을 휠체어에 태운 채로 병원을 돌아다녔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동생을 데리고 가서 후각에 자극도 주고 구경도 시켜주었다. 이제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김에 머리를 감겼다. 혼자서는 버거웠는데 엄마가 있으니 확실히 편하다. 엄마는 동생의 머리를 감기고 나는 발을 씻겨 주었다. 동생은 한동안 몸에 물을 닿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발에다 샤워기를 갖다 대니 움찔거리며 피한다. 그러다 금세 적응을 한 건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오른발을 넣어주니 동생이 왼발도 움찔거렸다. 항상 누워서 물수건으로만 닦다가 물에 직접 담그니  개운함을 이루 말할  없었을 것이다.


 물에 불린 발을 만지니 그동안 쾌쾌 묵은 각질들이 벗겨져 나왔다. 으로 스치기만 해도 엄청난 양이었다. 각질이 안 나올 때까지 있는 힘껏 밀고 있으니 엄마가 피부까지 벗겨지겠다며 그만하라고 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머리도 항상 드라이 샴푸로만 감기다가 물로 감았으니 동생도 상쾌했을 것이다. 제일 거슬리는 부위들을 해결해서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병실에 와서는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대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동생을 침대로 옮겼다. 혼자서는 힘들  같았는데 엄마가 옆에서 도와줘서 가능했다. 엄마는 아들이 침대에 누운 모습까지 다 보고 나서 간호사의 눈치를 보며 재빠르게 나갔다. 침대에 눕자마자 동생은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었고 나는 네블라이저를 준 뒤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서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주말이니깐 이런 시간도 있는 거지 평일이었으면 내려가서 먹을 엄두도 못 냈다. 모처럼 엄마와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병실로 가보니 다행히도 동생은 얌전히 누워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온했던 시간도 잠시 밥 먹는 시간만 되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동생은 요플레와 주스가 지겨운지 먹지 않으려고 하고 나는 먹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혼도 내고 타협도 하면서 먹이다 보면 진이  빠진다. 동생이 입안에 넣고 씹지도 않고 물고만 있을 때는  속이 타들어간다. 오랜 시간 입원을 하고 입으로 먹지를 않아서 그런지 입맛이 없는  같았다. 그래도 속세의 음식은  먹는  보니 그냥 병원 급식이 맛이 없어서  먹는  같기도 하다. 겨우겨우 요플레 하나와 주스를   먹이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평일 같은 날은 미치고 팔짝  노릇이다.


 동생이  먹어주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분위기가 한순간 살벌해졌다. 그때부터 먹이려는 자와 먹지 않으려는 자의 팽팽한 싸움이 시작된다. 연하곤란식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밥시간만 되면 사이가 멀어. 참을 인자를 새기고 인내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럴 수가 없다. 동생도 이런 상황이 싫은지 한숨만 쉬었다. 이렇게  끼니마다 실랑이를 벌여야 해서 이 시간이 안 왔으면 싶은데 밥 먹는 시간은 어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몸무게도 재고 기능검사도 진행했다. 몸무게는 54.6kg이었고 일주일 전에 쟀던 55kg에서 조금 진 상태였. 얼굴을 봤을  찌고 있는  같았는데   빠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기능검사는 지시를 했을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따라 판단을 했다. 교수님의 말에 반응을  때도 있고   때도 있어서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애매했다. 동생이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지를 묻길래 아직은 바람이 새는 소리처럼 입모양만 뻥긋거린다고 말했. 그래도 내가 보기엔 짧은소리들이 나는  같아 보였다. 자기가 불편한 게 있으면 용을 쓰듯이 앓는 소리를 내는데 여기서 조금만  불편하 하면 조만간 말을   같다.


 그리고 이제는 왼손이 제법 굴까지 올라간다. 이제는 자신의 뒤통수까지 만질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 처음에의식이 없어 보였는데 이제는 자아를 되찾은 느낌이다.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잠을  때는 숨을 내쉬면서 소리를 낸다. 성대도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확인이 되었고 앞으로는 동생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로 보인다. 그래서 옆에서 항상 세뇌를 켰다. 목관수술을 하지 않아서 소리도   있고 삼키는 것도 문제가 없는데  된다는 것은 정신력 문제라며 동생을 강하게 키우는 중이다. 귀에서 피가 날 정도 이야기를 한다. 이쯤 되면 동생도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 이대로만 더 힘내서 내년 4월에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속에서 봄을 맞이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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