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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Cho Jul 21. 2021

사업의 필요성은
문제현상이 아니라 문제상황이다!

피치덱 Problem은 문제상황 설정이 핵심!


· 본 내용은 실제경험담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 pixabay.com



오랜만에 오프라인 강의 및 실습 프로그램이 잡혔다. (지금은 코로나가 격상되어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 진행은 어렵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완화되던 시기라 가능하였다.) IR피칭 경험은 없지만, 각 기관에서 선별한 나름 에이스 스타트업들만 모인 자리. 이들은 조만간 있을 투자자와의 만남을 위해 처음으로 피치덱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정부지원사업용 사업계획서만 작성해봤던 업체들이 대부분이라, 피치덱이 생소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들을 보이고 있었다. 한글/워드 문서작성에 익숙하다보니 작은 폰트에 많은 텍스트로 피치덱 슬라이드를 채운다든가, 발표시간은 5분으로 짧은데 광범위한 사업내용을 펼쳐서 보여준다든가 하는 모습.


그 중에서도 특히, Problem 슬라이드를 뉴스/정부기관의 통계자료로 가득 채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는데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피치덱의 목적은,
우리 비즈니스에 대한
공감과 관심을 유도!


출처 : pixabay.com


5분~10분 정도의 IR피칭을 듣고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투자자들 앞에서 IR피칭을 하는 것일까? 바로,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하고 ‘투자자가 우리 비즈니스에 공감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IR피칭이 모두 끝나고 투자자가 우리를 찾아와 명함을 건네면서 “발표 잘 들었습니다. 대단히 흥미로운 사업을 하시는군요”라고 말하도록 만드는 것이 투자유치로 가는 물꼬를 트는 것이자, IR피칭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감과 관심을 일으키는데 효과적인 피치덱 슬라이드 중 하나가 바로 Problem이다. Problem 슬라이드를 통계자료로만 채울 경우, 단순한 정보 전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업계획서상의 ‘사업의 필요성’이자 피치덱의 ‘Problem’은 문제현상(통계자료)만이 아닌, 문제상황(Situation)까지 함께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문제상황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출처 : pixabay.com


시크릿 #1 : 핵심고객을 인터뷰하면서 문제상황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보안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의 피치덱을 컨설팅한 적이 있었다. 기술력도 좋고 Traction도 어느정도 확보가 되어있는 상태였는데, Problem을 도출하기 어려워했다. 보안요원들이 이 솔루션을 사용할 경우 “이전보다 훨씬 편해진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만으로는 너무 막연했다. 좀 더 디테일한 문제상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대표님께 여쭤보았다. 보안요원들을 인터뷰할 수 있으시겠냐고. 대표님은 단번에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그 주 주말이 돌아오기 전, 대표님은 인터뷰를 끝내고 그 내용을 공유해주셨다. 인터뷰 내용에는 건물에 침입자가 나타났을 때 보안요원들이 어떤 과정으로 해결해나가는지 자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보안요원 4명이 투입되어도 최대 6시간 걸리는 작업을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보안요원 1명만으로도 단 10분 만에 해결이 가능했다. 즉, 인터뷰를 통해 ‘보안요원 업무프로세스’라는 문제상황을 도출해낸 것이다.




시크릿 #2 : 핵심고객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면 문제상황이 보일 것이다.


식당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여줄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치자. “식당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가 매년 몇 톤이고, 처리비용은 조단위가 넘어가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만큼 어마 어마 하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문제현상이다.


피치덱을 만들어야하는 우리는 문제상황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주인의 하루 일과를 한번 정리해보는 것이다. 가게로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어제 발주 넣어뒀던 식재료가 도착하면 다듬기 시작한다, 드디어 오픈시간! 문을 활짝 연다, 오전영업이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이 된다. 10분 만에 후다닥 밥을 먹고 전쟁터 같은 식당을 정리한다. 다시 오후영업을 위한 식재료를 다듬는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배달을 하지않는 매장이다보니 비가 내리면 손님의 발길이 끊긴다. 역시나 드문 드문 들어오던 손님이 오후 8시 이후 딱 끊겼다. 어제 발주 넣었던 식재료도 많이 남았고, 오후영업을 위해 만들어 둔 음식도 많이 남았다. 이 상태라면 다 버려야 할 수도 있다.


만약 식당과 날씨데이터를 분석하여 내일 식재료 소비량을 예측해주는 솔루션이라면, “비가 오면 매상이 저조한 매장 특성상, 비오는 날 발주 넣었던 식재료가 많이 남아 버려야하는 상황”이 문제상황이 될 것이다. 또는, 남은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재고판매 플랫폼이라면 “예상치못하게 손님이 적게 온 날, 만들어 둔 음식이 많이 남아 버려야하는 상황”이 문제상황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핵심고객의 하루 일과는 문제상황을 도출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시크릿 #3 : 머릿속으로 한 컷의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건 문제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한 컷의 일러스트가 있다. 벤치에 앉아있는 두 남녀가 강을 바라보고 있는 일러스트이다. 움직임이 없는 그림이지만, 구석 구석 찬찬히 살펴보면 전/후 사정이 예상되거나 그 안에 여러 스토리가 녹아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벤치에 앉아있는 두 남녀는 가까이 붙어있지만, 상대방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거나 손을 잡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편하게 풀어진 모습으로 앉은 것도 아니다. 허리를 바르게 세우고 앉은 것이 상대방을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남녀는 아마도 좋은 감정으로 만나는 사이 이른바, 썸타는 중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린이집 낮잠시간이다. 집에서 가져 온 애착담요를 덮은 아이들이 도롱 도롱 느긋한 숨소리를 내고 있다. 한 켠에서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바지런히 가위로 오늘 찍은 사진을 자르고 알림장을 하나 하나 손으로 쓰고 있다. 아이들이 세상모르고 단잠에 빠져있는 동안, 선생님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업무를 쳐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이 업무를,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촬영한 사진을 출력하고 가위로 자를 필요 없이 터치 몇 번으로 학부모에게 공유하고, 알림장도 글씨체, 가독성 걱정 없이 타이핑으로 작성한다면 업무효율이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머릿속에 한 장의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문제현상이 아니라, 문제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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