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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Cho Apr 17. 2021

피치덱 디자인 전략!
아묻따 “직관적인 실체화”

IR피칭은 본론부터 시작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



· 본 내용은 실제경험담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 pixabay.com


데모데이에서 인연을 맺은 박대표님을 만난 날이었다. 박대표님과 나는 함께 코치진으로 참여했었기에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도 데모데이에 참가한 업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마침 나는 그 데모데이에 참가한 A스타트업과 IR코칭이 예정되어있던 상태였고, 박대표님께 A스타트업 피칭에 대한 감상을 여쭤보게 되었다.



“A스타트업이요..? 뭐하던 곳이었죠?”

“아, 기억난다. 설명 들으니까 이제야 A스타트업이 뭐하는 곳인지 알겠네요”

“데모데이 현장에서는 실체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박대표님의 감상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A스타트업의 IR피칭은 완벽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IR피칭은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우리 사업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런 IR피칭을 들은 청중이 회사명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전혀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가 A스타트업에게만 일어난 극히 드문 사례라고 생각이 든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여러 데모데이에 참여하다보면 간혹 겪는다. 피칭이 끝나고 멘토나 코치진들의 피드백에서 “그래서 파는게 정확히 뭐 어떤거죠?”, “혹시 서비스&제품 사진이나 영상이 있나요?”,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제가 이해가 잘 안되서 그러는데..” 라는 코멘트가 나오는 경우가.


혹시, 당신이 IR피칭을 했을 당시 또는, 투자자를 만나 사업에 관한 소개를 하고나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직관적인 실체화”를 목표로 피치덱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돈 주고 구입한
파워포인트 템플릿인데
그렇게 별로인가요?


출처 : pixabay.com


A스타트업과의 코칭 첫날, 데모데이때 사용했던 피치덱을 면밀히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A스타트업의 피치덱은 인터넷에서 유/무료로 흔하게 다운받을 수 있는 파워포인트 템플릿 위에 내용이 올려진 형태로 제작되어 있었다. 이처럼 파워포인트 템플릿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크게 2가지이다. 파워포인트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거나, 파워포인트 디자인에 자신이 없어 누군가가 만들어 둔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A스타트업은 후자였다. 기깔나게 피치덱 디자인 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구매한 템플릿에 내용을 올리는 것으로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되었다. 디자인 위에 내용을 올릴 것이 아니라, 내용에 맞춰 디자인을 했어야했다.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는 디자인은 청중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이해를 방해한다.


A스타트업의 첫 번째 슬라이드는 파워포인트 템플릿 표지디자인에 회사를 소개하는 카피만 텍스트로 올린 형태였다. 이미 MVP가 존재하는 상태임에도, 디자인에 내용을 맞춰서 넣다보니 제품사진을 담아낼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나머지 슬라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본문공간에 맞춰 제품이미지와 내용을 삽입하다보니 제품이미지는 작아져서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전략해버렸다. 투자자들에게 소개해야하는 A스타트업의 제품이, 언뜻 보면 참고자료 이미지처럼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뿐 아니라, A스타트업은 피치덱 카피를 추상적으로 작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과태생이 문과감성을 어설프게 따라할 때 이런 끔찍한 혼종이 나오기도 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미래세상으로 나아가는” 등의 추상적인 카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문과감성의 카피를 피치덱에 녹여내는 것은 좋다.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문장으로 쓰여진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1. 내용을 담아내지 못한 디자인
2. 존재감이 사라진 제품이미지
3. 추상적인 카피


A스타트업 피치덱 문제점 3가지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회사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디자인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로 치면 피치덱 슬라이드는 ‘컷’이다. 하나의 컷(한 장의 슬라이드) 안에 장면(이미지)과 대사(카피) 그리고 시선의 흐름에 따른 구도(배치)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




직관적인 실체화
피치덱 디자인을 위한
3가지 시크릿


출처 : pixabay.com



시크릿 #1 : 피치덱에 공들이지 않는 회사에게 투자자는 투자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 회사는 피치덱에 넣을 제품영상을 위해 촬영 및 편집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또 다른 회사는 시장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하나의 다이어그램으로 만들어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는 한 장의 슬라이드에 담겨, IR피칭 현장에서 겨우 수십초 정도만 노출되고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간다.


겨우 이 수십초를 “위해” 회사들이 자원을 투자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수십초이기 “때문에” 회사들이 공을 들이는 것이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고,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슬라이드에 담을 콘텐츠에 기꺼이 투자를 하는 것이다.


투자유치 목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여지는 자료, 피치덱. 이 피치덱에 들어가는 콘텐츠 조차도 가볍게 여기는 회사에게 투자자가 자신의 돈을 선뜻 내어줄 리가 만무하다.


물론,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피치덱에 온 자원을 쏟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A스타트업처럼 파워포인트 디자인에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각 슬라이드마다 내용을 모두 채운 뒤 디자인 외주를 맡길 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고가의 작업비용을 필요로 하는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기지 않아도 된다. 피칭내용에 맞춰 시선이 흘러가도록 콘텐츠를 배치하고, 가독성 높게 편집디자인만 깔끔하게 다듬어도 훨씬 직관적인 피치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시크릿 #2 : 첫번째 슬라이드에 제품이미지를 넣어 본론부터 시작해야 이해가 빠르다.


IR피칭은 5분~10분으로 짧다. A스타트업은 이 시간의 반이 지나갈 때까지 제품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칭을 듣는 투자자들은 그 동안 어떤 제품이 등장할지 두근 두근 설레는 기대를 하게 될까? 아니다. ‘도대체 지금 뭘 말하고자 하는거지..?’라는 의아함으로 시간을 채울 뿐이다.


그렇게 절반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A스타트업의 제품이미지가 등장했지만, 그 마저도 사이즈가 작고 존재감이 없어 참고이미지라고 착각될 정도였다.


IR피칭시간은 짧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떤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인지’ 미리 보여주는 이른바, 본론부터 시작해야한다. 첫 번째 슬라이드에 제품이미지를 넣고, 제품을 설명하는 매력적인 문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예고편처럼 첫번째 슬라이드만을 보고 투자자들이 피칭내용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본격적인 피칭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내용을 풀어내야한다. 고질라 VS. 콩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관람객들의 거대한 두 괴수의 묵직한 싸움 장면을 기대하듯이, 피치덱에서는 첫번째 슬라이드에서 보여줬던 제품의 ‘사용법 영상’이나, ‘고객/시장의 반응’ 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제품을 보여주고 시작한다면, “정확히 무엇을 파는거냐?”, “실체가 없는 것 같다”라는 피드백은 최소한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시크릿 #3 : 헤드메시지만 읽어도 대략적인 내용이 이해될 수 있어야 좋은 피치덱이다.


앞서 나는 피치덱의 각 슬라이드가 만화로 치면 ‘컷’이라고 하였다. 컷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 만화가 되듯이, 각 슬라이드들이 모여 하나의 사업 내용을 연결한 피치덱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피치덱의 슬라이드들은 각각 다른 내용을 담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스토리)으로 연결이 지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 흐름은 슬라이드마다 삽입된 헤드메시지(또는, 헤드메시지가 없더라도 슬라이드에 첨부된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만 읽어도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IR피칭 준비를 위한 대기시간을 생각해보자. 투자자들은 이 시간동안 잡담을 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자신 앞에 출력되어 놓여있는 피치덱을 넘기면서 훑어보게 된다. 이때, 눈에 직관적으로 들어오는 헤드메시지가 피치덱의 전체 스토리와 이해를 좌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청소를 하면서 틀어놓은 TV드라마 대사만 들어도 얼추 어떤 장면인지 예상이 되는 것처럼.


이런 이유로 피치덱에 쓰여지는 헤드메시지와 카피는 A스타트업처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지양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라는 두리뭉실한 문장 보다는 “범죄징후 예측하는 CCTV 영상분석 솔루션”이라는 카피가 사업아이템의 실체를 보여주는데 더 확실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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