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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우스포 Mar 27. 2020

고흐는 왜 팔리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고흐는 무엇을 주저했을까? 

고흐는 왜 팔리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첫걸음을 「감자 먹는 사람들」로 시작해 보자. 이 그림은 매우 어둡다. 고흐는 늦은 저녁 작은 불빛에 의지해 저녁을 먹는 농부들의 모습, 감자와 차 한 잔이 전부인 초라한 저녁 풍경을 담았다. 그는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는 가난한 이들의 삶을 사랑했다. 이 그림은 그가 본격적으로 그린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이 그림엔 습작이 많은데, 그만큼 애착이 컸음을 알 수 있다.


고흐의 그림을 고야 Francisco Goya의 것과 나란히 놓고 보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고야는 18세기 스페인의 궁정화가였는데, 일평생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후원자가 원하는 그림만 그려야 했다. 반면 고흐는 가난했지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렸다. 그는 가난해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그렸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그의 작품 중 「자화상」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이 유명하긴 하지만 그 자신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가장 사랑했다.



고흐가 가난한 이들의 삶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정직한 삶과 안락한 삶이 양립할 수 없음을 알았던 것 아닐까? 고흐가 노동자들의 생활에 끌린 것은 당연한데,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정직하게 살기 위해 애썼고 자기표현의 방식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동시대 화가들인 마네, 세잔, 고갱, 르누아르보다 시대가 다른 렘브란트나 밀레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자기 다운 삶을 고민한다고 말하면서 삶이 비틀거린다면 고민해야 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이 나의 인생을 휘어잡지 못한다면 진지한 자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민은 절실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바쁘기도 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민하는 힘은 결코 철학자만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도 받았다. 고흐가 걸어간 길을 걷고 싶다면 수필가 몽테뉴 Michel de Montaigne의 말을 기억하자.


목적지가 없는 배에겐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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