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달라진 시간

by 어니스트 정

“00 작가님. 좋은 하루입니다.”


웃으며 건넨 동료의 인사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출간 후 몇 주 동안 우리는 서로를 “00 작가님”이라 불렀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8개월의 시간 동안 평범한 직장인에서 작가가 되기까지의 고된 여정을 서로 격려하는 방식이었다.


예약판매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종이책이 도착했다. 택배 상자를 받았을 때부터 손이 떨렸다. 사무실로 들고 오는 내내 ‘이게 정말 우리 책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조심스레 택배 상자를 뜯었을 때의 그 감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동료들에게 한 권씩 나눠주는 순간도 특별했다. 각자 자신의 책을 받아 들며 표정이 달라졌다. 수개월 동안의 고생이 이렇게 현실이 되어 손에 잡히는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책 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책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표지를 넘기자 동료들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각 이름 옆에는 '저자 소개'가 간략하게 실려 있었다. 수많은 책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이름이 이렇게 남겨진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좋았다.

“저 이번에 교회 목사님께 책을 선물했어요.” 한 동료가 말했다.

“목사님께서 ‘이런 일을 하고 계셨구나’ 하시면서 놀라시더라고요.”

다른 동료도 이야기를 보탰다.

“거의 20년 만에 연락이 된 친구인데, ‘너의 이름이 책에 적힌 걸 보고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라고 하더라고요. 학창 시절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던 내가 작가가 됐다는 게 신기했나 봐요.”


변화는 우리 안에서도 일어났다. 책을 쓰면서 다시 독서를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려면 읽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책은 책으로 이어졌다.

“요즘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일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들, 지하철에서 본 장면들….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이제는 기록해요.”


그러고 보니 나도 달라져 있었다. 회의록을 작성할 때도, 보고서를 쓸 때도 더 정확한 표현을 찾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게 되었다. 전에는 무시했던 내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고, 스쳐 지나가던 생각들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속상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노트를 펼쳐 글을 쓴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글쓰기는 어느새 나를 돌보는 시간이 되었다.

“저는요, 이제 ‘글쓰기’란 말에 겁먹지 않아요. 그저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거였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출간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한 동료가 조심스레 제안했다. “우리…. 두 번째 책은 언제 쓸까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맞닿았다. 웃음 속에 담긴 설렘이 느껴졌다. 이제 우리에겐 ‘첫 책’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있으니까.

다음 이야기, 마지막 화에서는 처음 공저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진심을 담아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