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무슨 소리야?”
엄마에게 물었다.
코로나로 인해 열이 나는 환자는 응급실에 바로 들어갈 수 없어, 몇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고 한다.
응급실에 들어간 뒤 또 몇 시간이 지나서야 의사가 나와, 아빠의 상태가 위독하니 가족과 친지를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열은 있었지만 걸을 수 있던 아빠였는데...
믿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준비하고 택시를 탄 후,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 앞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멀리 살고 있던 동생이 왔다.
응급실 의사는 우리에게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네? 그게 뭐예요?”
우리는 당황했다. 아빠가 위독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신을 차리기 힘든 상태였는데, 아빠의 생명이 오갈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의사가 연명치료의 종류와 부작용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심폐소생술, 투석, 인공호흡기, 수혈, 혈압 상승제...
우리의 의견이 갈리었다. 가족 모두 동일한 의견이어야 한다고 했다.
'아빠는 어떤 선택을 원할까...?'
'무엇이 아빠를 위한 걸까...?'
혼란스러웠다. 의사에게 조언을 구한 우리는, 아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치료와 덜 고통스러운 치료를 선택해 받기로 하였다. 응급실 안으로 의사가 들어갔다.
몇 시간 후, 중환자실 응급환자로 아빠를 옮긴다고 하였다.
하루는 넘겼지만, 며칠 내로 돌아가실 수 있는 상태이니 자녀와 배우자는 대기하라고 하였다. 친척들을 돌려보냈다. 당시 30개월쯤이었던 조카와 조카를 돌봐야 하는 제부도 함께 보낸 뒤, 엄마와 나, 동생은 중환자실 대기실에서 또다시 기다렸다.
다음 날, 중환자실 안내서를 받았다. 환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고 담당 간호사에게 전달해야 했다. 아빠는 감염내과로 배정되었다.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균에 취약했던 아빠의 장기가 감염되었고, 몸 곳곳에 균이 퍼졌다고 했다. 열로 인해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다리다가 상태가 악화된 것이었다.
패혈성쇼크
폐색전증
신부전증
...
난생처음 듣는 병명들이었다. 담당 의사에게 아빠가 의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빠의 몸 상태로는 의식이 있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의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중환자실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홀로 의식이 있는 것이니, 환자가 매우 괴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하였다. 위독한 상황이므로 가족들은 병원에서 대기하라고 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중환자실 면회는 하루에 한 번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엄마와 나, 동생이 교대로 들어갔다.
첫째 날은 엄마가, 둘째 날은 내가 들어갔다.
아빠의 몸에는, 피 주머니와 소변 주머니로 연결된 관(배액관), 링거줄, 혈압 상승제(승압기) 등 몇 개의 줄과 관이 주렁주렁 꽂혀있었다. 놀란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던 아빠가 나를 바라보았다.
열이 나서 병원 응급실로 온 것이 아빠의 마지막 기억이었을 것이다. 무엇인지 모를 기계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는 낯선 곳에서 깨어난 아빠는, 여러 개의 관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눈을 떴지만 움직일 수 없었고 가족도 없는 곳임을 알았을 때, 아빠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딸, 내가 왜 여기 있냐, 언제 나가냐.”
“아빠, 혈압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올리려고 있는 거야. 어제 엄마한테 들었지? 면회 시간이 30분이야. 우리 다 집에 안 가고 밖에 있어. 계속 있을 거야. 내일은 막내딸이 들어올 거야. 아빠 또 올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야 했다. 30분은 너무 짧았다.
중환자실은 24시간 내내 꺼지지 않는 전등 아래로 기계 소리가 돌아간다. 잠을 잘 수 없는 곳이었다. 어느 날 아빠 옆에 계시던 환자분이 돌아가셨다. 연락을 받고 온 가족분들이 다급하게 중환자실로 들어갔고, 곧 통곡 소리가 대기실까지 들려왔다.
면회 시간이 돌아와 중환자실로 들어가면, 벽시계에 눈동자를 고정한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종일 시계만 보며 가족이 오는 30분간의 면회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면회 시간이 짧아 정해진 시간이 오면, 챙겨 온 물품을 가지고 뛰어 들어갔다. 물티슈 등 부족한 물품들을 아빠가 손으로 짚을 수 있는 위치에 빠르게 배치했다. 찢어진 입술을 물에 적신 거즈로 닦아주고, 연결된 관 중 꼬인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몸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한 후에야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아빠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술을 움직였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가까이 다가갔다.
“딸, 나 좀 여기서 꺼내 줘.”
아빠가 흐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