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외래 일기(보호자 시점)

2-10.

by 생각책가방



첫 항암일


2023. 4. 3.

종양내과에서 첫 진료를 받던 날, 항암이 시작되었다.

아빠의 몸이 쇠약하여서 항암제 용량을 25% 낮춘다고 하였다.


진료실 밖으로 나온 후,

간호사에게 진료 후 절차와 가야 할 곳 등이 표시된 종이를 받고, 안내 사항을 들었다.


첫 항암이라 항암 교육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종양내과 임상 전문 간호사에게 통증관리, 진통제 복용, 항암제 투여 주기, 부작용, 주의 사항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항암 교육이 끝난 후 영양 상담을 받고, 수납 후 항암 전 먹어야 할 원내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심전도 검사를 받고, 항암 주사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 접수하였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사 후 항암 전 먹어야 할 약을 아빠에게 주었다.


항암 주사실로 다시 가서 기다리니 차례가 되었다.

아빠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나는 외부 약국을 다녀왔다.

약국에서 운영하는 차를 타고 오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정신없는 하루였다.


이후 몇 차례 진료를 받으면서, 항암 받는 날의 일정과 반복되는 기다림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종양내과 진료(항암) 일정

2023년~2024년


출발

진료 시간은 대부분 오전이었다. 오전에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 5시 10분쯤 택시를 타고 출발해야 했다.

나는 운전을 못했고, 병원은 멀었다.

출근 시간에 택시를 타면 1시간 반 이상 걸렸지만, 새벽에 출발하면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택시를 오래 타면 아빠가 멀미를 하고 힘들어해서 일찍 출발하여 다니기로 했다.



병원 도착, 대기, 채혈

채혈은 진료 시간 2시간 전에 받아야 했다. 병원에 도착하면 아직 채혈실이 열리지 않아 수납처 의자에서 대기하였다. 아빠는 택시 안에서부터 핫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핫팩을 하면 혈관이 좀 더 잘 잡힌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도움이 되는 날도 있었고, 효과 없는 날도 있었지만 채혈할 때나 정맥 주사를 맞는 날은 핫팩을 꼭 챙겼다.


채혈실이 열리는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운영이 시작되면 접수 안으로 들어갔다. '제발 혈관이 잘 잡히기를... 혈관을 한 번에 잘 찾는 분을 만나 아프지 않게 채혈받기를' 기도하며 기다렸다. 팔 안쪽 등 덜 아픈 곳에서 한 번에 채혈받은 날은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뻤다. 혈관을 잘 찾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채혈이 안 되어 중간에 다른 분으로 바뀌기도 하고, 여러 번 찌르기도 하고, 손등이나 발등에 겨우 맞는 날도 있었다. 나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괴롭고 미안했다.


채혈이 끝나면, 수납처 쪽 의자에 앉아 피를 뺀 부분이 지혈되도록 꾹 눌러주었다.

5분이 지나면 솜을 떼고 새 알콜솜으로 소독 후, 밴드를 붙여주었다.



식사

아침 7시쯤이 되면 병원 내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육개장, 사골우거지탕, 된장찌개, 미역국 등 아빠가 좋아하는 한식 메뉴가 있는 곳이었다. 대부분 이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면 진통제 등 아침에 먹어야 할 약을 챙겨주었다.



대기

식당을 나오면 옆에 있는 카페로 가서 진료 전까지 대기하였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늘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다. 긴장으로 시작된 하루에, 라떼는 나를 잠시 쉴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다.

흰 거품을 바라보고, 한 입 마시고, 몸 안에 라떼가 퍼지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듯했다.


라떼를 마시면서 진료 때 말할 내용을 살펴보았다. 적은 내용을 다 말할 시간이 없으므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외우기 위해 노력했다. CT 등 영상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은, 진료실에 가기 전 의무기록실에서 결과지를 떼어 미리 읽어보았다.


채혈 검사 후 한 시간쯤 지나면, 병원 앱에 검사 결과가 나와서 수치 확인할 수 있었다.


아빠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거나, 항암이나 병과 관련하여 궁금한 것을 나에게 물어보았다.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분주한 나를 보며, 왜 그렇게 바쁜지 궁금해하기도 하였다.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빠의 말수는 줄어들었고,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환자에게 곤한 아침이었다.



진료

진료 시간 40분 전쯤 카페에서 일어나 종양내과로 갔다. 접수몸무게와 키를 재고, 혈압을 측정하였다.

진료 전 대기 시간에는 아빠의 증상, 질문 등 메모해 온 것을 다시 읽어보았다.

진료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빠르게 말해야 하므로 긴장되었다.


모니터에 아빠 이름이 뜨면 '똑똑' 문을 두드린 후 진료실로 들어갔다.

항암 후 새로 생긴 증상을 말하면 필요한 약을 처방해 주었다.

혈액 검사 결과 수치가 좋지 않으면 항암을 받지 못하기도 하였다.



진료 후

진료실 앞에서 간호사에게 안내 사항을 듣고, 기계로 가서 수납처방전을 출력했다.

항암제가 바뀌는 날에는 다시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항암

수납이 완료되면 아빠와 함께 항암 주사실로 올라갔다. 항암 주사실 앞 기계에서 접수하면 환자용 팔찌가 출력되었다. 항암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빠에게 복용해야 할 약과 생수를 주고, 몇 시에 먹어야 하는지 알려준 후에 외부 약국에 갔다.



대기

약국을 다녀온 후에는 병원 내 빈 의자에 앉아서 아빠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진료 후 받은 안내사항을 보면서 다음 진료일을 일정앱에 기록하고, 진료 내용정리했다.

새로 처방받은 약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 사항을 읽어보았다.


다음 CT 검사가 외부 병원으로 잡힐 때는 외래회송상담실에 가야 했다.


항암이 끝나간다는 아빠의 문자를 받으면 항암 주사실로 올라갔다.



항암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늦은 오후나 저녁이 되었다.

엄마와 함께 아빠가 침대에 눕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 후에는 처방받은 약과 서류를 정리하였다. 병원에서 대기하면서 덜 기록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항암 날짜와 오늘 맞은 항암제, 아빠 증상과 몸무게를 적어놓았다. 병원에서 먹었던 과 새로 처방받은 약, 내일 먹어야 할 약을 노트에 기록하고, 저녁 약을 확인하였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저물었다.


불면증이 있어서 밤을 새우고 병원을 다녀온 나에게도, 병원 가기 전날이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자는 아빠에게도 고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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