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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Feb 14. 2020

화가 난다!!!

앵그리 버드? 앵그리 피플!

대한의 국민치고 아무리 영알못이라고 해도 angry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한국민의 정서가 한'이라고 하면서 이 감정을 번역하려고 애쓰는 그대들이여, 유태인, 아랍 국가들, 동유럽 국가들, 아프리카의 종교분쟁 잦은 국가들의, 일부는 현재 진행형인, 피 젖은 역사를 보면 고작 중국 일본에게 자주 침략당했다고 해서 한 같은 것을 국민정서로 삼기는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내가 볼 때는 한국민은 한이 아니라 '화'가 많다.

화가 많으니까 억울하기도 잘하는 거다. 다른 어느 민족보다 더 당하고, 그래서 특별히 더 억눌린 감정이 있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뭔가 늘 억울한, feeling cheated, 뭔가 '나만' 당하는 느낌? 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분노는 anger이 명사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angry앵그'리', 형용사를 먼저 떠 올린다.

왜냐하면 분노는 강렬한 감정이고, 화라는 게 어딘가 나프탈렌 moth ball과 함께 서랍 안에 고이 개켜져 있다가 생각나면 일부러 꺼내서 한 번씩 쓰는 수동적인 얌전한 명사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가 화가 '나기' 때문에 존재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I feel anger 나는 분노를 느낀다, 라기보다는,

I am f**king angry!   나는 화가 $%$&%^&%^ 난다!!!!


한국 사람들 뿐 아니라 사실, 경쟁이 심한 도시의 사람들은 늘 화가 나있다.

아니면, 화가 날 준비가 되어있다. 아무튼 늘 일촉 즉발이다.


이 매거진에서 제일 먼저 살펴본, '싫어하는' 감정과 분노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다는 미워하는 사람에게 화가 나기 때문이다. 아이를 야단치면서 '사랑해서 화를 낸다'라고 하고, 연인과도 '이른바' 사랑싸움을 할 수도 있지만, 정말 화가 났을 때는 그 순간이라도 조금 미울 수도 있고(그러니까 너의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니 징징 하면서 헤어지지) 솔직히 말해. 우리끼리 얘긴데, 애초에 , 미운 사람은 미워서 하는 짓이 미워서 화가 나는 경우도 많다.

소위 뫄뫄’ 빠’ 들 은 민감한 사안이니 덮어두고, 며느리가 미우면 달걀 같은 발 뒤꿈치도 밉다, 처가 좋으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 는 등의 구태의연한 표현을 들먹여본다.


싫어하는 감정이나 걱정한다는 말에서 살펴보았듯이, 똑같이 화가 난다고 느끼거나 말해도 이게 다 같은 감정이 아니다. (내가 처음부터, 영어는 동의어는 없고 유의어가 있을 뿐이라고 주창하고 있는 데다, 이 매거진의 이름은 '감정의 이름'이다. 감정의 본모습을 찾아서 선택 삭제 내지는 선택 증진을 위한 것임을 기억해주세요.)


그래서 생각나는 데로 모아 본, 화가 난다는 의미로 아주 많이 쓰이는 단어들만 골라 살펴보자.

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날 잡고 본격적으로 화가 한번 나 볼까.


 화나, 하고 말하지만 

사실 그냥 ‘불쾌한정도는 displeasure이다. 

혹은, 누군가, 뭔가가 미운 hatred, resentment   수도 있고,

indignation 자존심 상하는 걸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자꾸 반복돼서 짜증 나고 성가셔서 정말 화가 나기 시작하는 감정은, annoyance, exasperation, irriatation, vexation, peeved, impatience 참을성을 잃는다는 말 등을 쓸 수 있다.

분노 폭발을 하기 전에 칙칙폭폭 올라가게 하는 것들이 있는 상태다.  


그런 감정 속에 오래 두면 속이 아프니 feeling 'sore' 직역으로 ‘아프다’는 말을 쓴다. 기분 상한다. 기분 나쁘다는 말이다. 어금니 물리는 감정.

in a stew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있는데, 스튜(수프의 일종인 거 아시죠?) 뚝배기 보글보글, 속이 끓고 있다는 말다. (. i.e. She is in a stew because he is late again  그가 또 늦어서 그는 속이 부글부글 한다. *혹시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남녀 구분 없는 인칭 대명 사쓰 기운동 참여 중입니다만 영어로 일종의 중성 인칭 대명사는 they인 추세기 때문에 혼동이 있을 것 같아서 한국어로만? 참여 중입니다.)

그냥 he is stewing over something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무튼 끓는다는 것이다.

느낌 아니까.


그러다 보면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이 된다.

분노도 습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본래 기분이 좋지 않으면 irascible, irritable, ill tempered '화가 잘 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장렬히 분노 폭발을 하게 된다.

fury, rage, infuriation이다.

글자 그대로 blowing up 폭발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storm 폭풍이다.

동사로 She stormed out of the room이라고 하면 화가 나서 깽판박차고 나가는 모습이다.

주로 아기들이 생떼를 부리는 것은 ( temper) tantrum인데, tamper은 그냥 성향, 성질이라는 말이지만,

He is throwing (tamper) tantrum. 

이라고 쓰면 아기들에게 주로 쓰이는 파닥파닥 성질내는 걸 말한다. 하지만 철딱서니 없이, 대책 없이 성질부리는 사람들에게도 비웃는 느낌으로 쓴다. 화도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적당히 내야지 자꾸 화를 내면 권위를 외려 상실하게 마련이다.


엄마나 윗사람이 화가 나면 혼난다.

아이들이나, 누구한테든 누구한테 혼났다, 는 말을 할 때는

I got into/in trouble.

를 쓴다.

직역은 ‘문제에 들어섰다’, 고 하니까 뭔가 더 비장한 일이 일어난 것 같지만, '내가 혼날 짓을 해서' 혼났다는 말이다.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약간의 반성조, 아니면 적어도 후회 조가 들어있다.

이를테면, “나 뭐 잘못해서 (우리 엄마 화났어. 그래서 나 오늘 못 나가 놀아.)” 할 때, 내가 뭐 잘못해서 (엄마한테 혼났어)니까 My Mom is angry at me  보다는 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쓰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 화를 '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면 she is angry at me 가지고는 조금 부족하다. 화가 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나에게 화를 '냈다';는 말을 하고 싶으면,

She yelled at me.

직역하면 나에게 소리를 쳤다, 는 말이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나를 따라오며 버스에 대고 '너를 사랑해'라고 소리를 쳤다, 는 느낌을 받으시면 안 된다. 여자 친구분이 소리를 지르고 계신데, 화나니까 더 귀여운 걸 훗, 하면 맞는 수가 있다.


참고로, 사실 mad 가 영국 영어는 여전히 미쳤다는 말로 더 쓰이는 것 같지만, 미국 영어로 화가 난다는 말 중 제일 많이 쓰이는 말은 mad다. 그리고 upset도 많이 쓴다.

upset stomach는 체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느낌 알겠다.

 yell at get into trouble




내가 여태껏 다른 글에서는, 이런저런 '바람직한' 내 생각을 늘어놓았지만, 분노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다.

다스려라, 고 하자니 명백히 화가 난 이유가 있고 가해자가 있으면 참아야 하는 사람은 화만 더 날 것이다. 우는 사람에게 줄 것은 조언질이 아니라 손수건 밖에 없듯이 화가 나는데 화를 내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화를 낼 일이 있으면 화를 내기도 해야 한다.

좋게 말할 때 안 듣고 화를 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령, 서양의 성추행 기준은 enthusiastic yes!이다. 열렬한 좋아! 가 아니면 만지면 성추행이라는 것이다.

이는 어제 만지게 했다고 오늘 만져도 된다는 말도 아니고, 남더러 만지게 허락했다고 해서 나도 만져도 된다는 말도 아니다. 사과 먹던 입이니까 내 발을 좀 넣어도 되겠지 생각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시위를 할 때나 티셔츠를 만들어 입을 때 NO 뫄뫄, 등 영어 슬로건을 많이 쓰는데, 그것은 외국어 욕이 모국어 욕보다 사회적 타부 taboo에 덜 위배되는 느낌을 갖는 것처럼 오히려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심리가 아닐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직도 에둘러 가는 분위기. 한국말로 가해하는 데 왜 영어로 방어하나. 그럴수록 한국말로 방어해야지.

그리고 가해자를 묘사하면서 꼭 습관처럼 존대를 쓴다. 갑자기 막 때리시더라고요. 막 달려와서 무조건 다 부수시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런 인간들에게는 존댓말도 필요 없잖나.


글쎄, 으음, 도 아니고 yes!! 좋아!!! 가 아니면 만지지 말라고!

만지지 마, 싫다면. 아이도 여자도 남자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때리지 마, 무조건! 아이도 아내도 외국인도 고양이도 메뚜기도 때리지 마. 쫌!

죽이지 마.

죽이지 마!


폭력을 행사하는 '놈'들의 '이유'는 하나뿐이다. 힘이 세서도, 화가 나서도, 술기운에 욱해서도,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해서도 아니고, 그저 찌질하게도 그렇게 해도 안 혼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 때리던 부모가 아이가 덩치가 커서 못 때린다면 그것은 아이가 성인군자가 되어 가르침이 끝나 하산을 해도 되기 때문일까?

화가 난다고 다 때리고 죽이는 거 아니잖아요. 정신병력이 있다고 해도 그 질병 가진 사람이 다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잖아요. 새폴스키 교수의 'Behave'란 책에서도, 호르몬이든 외부 자극이든, 원래 가진 성향 쪽으로 강화를 시킬 뿐이라고 하듯이.

  

개인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화날 일도 많은 것을 안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수입이 올라갈수록 외부의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상승하여 불 해도가 낮아진다고 하듯이, 빈익빈 부익부,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 돈 놓고 돈 먹는 사회에서 행복하기는 참으로 힘이 든다. 게다가 인터넷이 시대에서는 비교질 자랑질로 사람들은 점점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얼마 전에 누군가,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에서 이렇게 국민이 힘든 이유가 뭔가, 하고 한탄하는 걸 봤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사실 국가도 별로 잘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GDP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 부분이 있다.

가령,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얘기를 생각해보자.

커다란 경기장을 건설하는데 그 큰 경기장에는 화장실도 몇십 개, 변기는 수백 개다. 미국에서는 그래서, 경기장을 다 짓고 마지막 점검하는 단계에서 사람을 그 변기 수만큼 고용해서 정해진 시간에 동시에 변기를 내리는 실험을 한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 변기를 이용하는 경우는 적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만일을 대비해(그렇게 적은 경우의 수를 off chance라고 한다) 수압이 견디는 지를 보는 것이다.

'야,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그런 실험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애초에 실제 공사를 맡은 쪽에서 대충 할 마음이거나, 혹시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서 예산을 달라고 하면 안 주거나, 주면 누군가 먹튀를 할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대한의 마음가짐으로는 '물 내리는 것' 따위에 돈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런 마인 드니까 그림을 그려달라고, 글을 써달라고 하면서 계약금은 언급을 않는 것이고, 대부분은 무슨 '놈'의 직장이 취직을 한 다음에야 월급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국가가 부자가 아니라 기업만 부자라서 그렇게 사람들이 고생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세금이나 자네?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이러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지. '놈'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잠시 진정하시고.(혼자 다함)


그저,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은 한국분들에게도 이미 많이 알려진 말로, hangry라는 말을 기억하셨으면 한다. hunger + angry라는 말이다. 배고파서 화가 나는 상태. 사실 오늘 꼭 먹고 싶은 걸 못 먹어도, 먹었는데 기대하던 맛이 안나도 우리는 화가 난다. 콩 심은 데 콩이 나는지 팥 심은 데 팥이 나는지 안 나는지는 몰라도 그놈의 화는 정말이지 심지 않았는데 잘도 나는 것이다.     

내 말은, 그러니까 혹시 그대가 지금 화가 났다고 느끼신다면, 위의 분노에 해당하는 감정들 중 어떤 것이 자기 것인지 찾아보고, 그 구체적인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시라는 말이다.

 자식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저 자식이 분노의 원인일 수도 있고, 심지어 목이 마른 것일 수도 있고, 너무 피곤한 걸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를 당장 앞에 있는 대상에 대한 분노로 오해하고 다루면 해결이 안 될 때가 있다.  

*기타 분노로 혼동할 수 있는 감정은 '미움'의 감정 참조.

https://brunch.co.kr/@slsaznv/89


누가 짜증 나게 굴거나, 그래서 미워서 그런 거면 참고 자꾸 보지 말고, ( 그동안 여기저기서 강조하고 강조하는데, 가족도 포함됩니다. 좋은 사이의 가족도 많지만 가족이라고 안 맞는 성격에 끈적거릴 필요 없어요. 거리를 좀 두면 사이가 좋아진답니다. 누구누구 성격 탓하실 필요 없어요. 같은 가족원들이라도 사이가 다 같은 거 아니듯이 가족도 그저 일대일 인간관계일뿐이고 예를 갖추지 못하는 사이는 힘듭니다. 피해도 돼요. 꼭 모든 걸 말로 '풀어야' 하는 건 아니랍니다. )

직장이나 가족처럼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관계라면, 너무 참지 말고, 크게 터지기 전에 그때그때 분노가 아닌 그러나 분명한 '표현'을 해서 관계를 풀도록 한다. 가만 보면, 화가 잦고 싸움이 잦은 사람들은 막상 평상시에는 표현도 대화도 좋아하지 않더라.

좋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세요. 표현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애먼 사람에게 화를 내고 다닐 정도라면 그냥 밥을 잘 챙겨 먹자.

평균 수명 130살 시대 오는데, 오래 살려고 건강하게 먹는다면서 괜히 먹고 싶은 거 참으면, 날씬하고 화난 젊은이는 장차, 오래오래 날씬하고 성질 더러운 노인으로 살아갈 뿐이다. 위가 저질이라서 본의 아니게 몸무게 유지를 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탄수화물 안 먹는다고 빠지지 않는다. 적게만 먹으면 탄수화물'만' 먹고살아도 안 찐다.  

밥 잘 먹는 것도 천복이다.

먹자 그 먹고 싶은 빵, 오늘.


결국은 화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시라는, 마치 결혼도 안 해보고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하는 스님 같은 뻔하디 뻔한 말씀을 덧붙이고 마는 이유는, '화가 난다'는 것은 분명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화를 내는 것이 정당하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화가 나는 이유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섣불리 화를 내면 또 상처가 남고, 상처는 또 화를 부르고, 화를 내면 결국 상처가 남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움처럼 말이다.


그릇된 감정의 표현으로는 내가 아니면 대상, 혹은 심지어 3자든 누군가가 다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다음에는 아픔과 상처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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