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것은 저 바다뿐이 아니랍니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을 Nocturnal animal이라고 한다.
밤을 뜻하는 라틴어 nocturnus에서 온 말로 야경 그림이나 많이들 아는 야상곡도 nocturne녹턴이라고 하는 것은 다들 아는 말이다. 하지만 낮의, 란 뜻을 가지고 있는 diurnal이라는 그만큼 잘 쓰이지 않는다. 어쩐지 멋진 호랑이와 달리 인간은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晝行性이다 보니 주행성의 어떤 것도 그저 당연하게만 느껴져서 일까. 낮의 풍경이나 낮에 부르는 노래는 이름이 붙지 않는 것이다. 공기와 물을 끌더 붙이자면, 아무튼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무시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둠과 빛의 중간에는 많은 단계가 있다.
이른바, 해 질 무렵, 해 질 녘 / 일몰, 석양, 낙조에 해당하는 단어들
dusk, nightfall, eventide, sundown / sunset,
새벽, 동틀 녘, 새벽녘, 해 뜰 녘, 일출에 해당하는 단어들
dawn, dawning, daybreak, daylight, sunup, break of day, matutinal
이 중, matutinal는 낯설게 보이지만 matual 성숙함이라는 많이 쓰이는 단어에도 쓰이는 matutinus라는 일찍, 이라는 뜻의 라틴어원이 들어간 말이다.
그리고 양쪽 모두, 이를테면 어스름, 어둑한,이란 뜻으로 쓰이는 단어들
twilight, dim, gloaming, crepuscule
글로밍은 잘 쓰이지는 않아도 쓰이면 그 느낌이 너무나 글로, 글롬, 글로밍하기 때문에 와 닿는 단어니까 알아두기로 하고, 크러퍼스큘은 실제로 많이 쓰이지 않는 단어이지만 어원 자체가 twilight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니 그야말로 트와이라잇 의미의 정수라 할 것이다만, 요 정도는 나중에 책을 읽다가 사전을 찾아야 할 각오를 하고 감히 외워두지 않아도 좋다고 말씀드린다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
...
가을에 하늘이 높아진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우주인 '하늘'이란 게 실제로 인간의 눈에 보이게 높아질 리가 없고 가을 기류가 구름을 높이 뜨게 해서 하늘이 높아 보이는 거라고 하듯이, 모든 것은 비교할 대상이 있어 그 자리가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는 익숙한 것 외의 것들의 존재를 잊기를 잘하거나,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나, '이상한 것'으로 여겨버리기를 잘한다.
낯선 장소와 문화를 접할수록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조금씩 다른 형식일지 몰라도 결국 매일을 살아가는 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생소한 것이고 타인의 ‘일상’을 쉽게 놀랍다 말하는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려는 생각은 적기 때문에 막상 주변에 정말 놀랄 일은 쉽게 외면한다. 얼핏 근사해보이는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나보다 못해보이는 건 지레 동정하며 사는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를 부러워 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정체는 자기가 제일 잘 알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는 동정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게 아닐까.
딱히 비웃는 것이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도 남의 일상을 쉽게 '신기하게'여기거나, 심지어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내 안의 편견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바이칼 호수에서 스케이트 타고 장 보러 가는 할머니를 신기하게 여기면 공기 안 좋은 데서 뿌연 물 붕어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는 나라 사람들도 혹자에게는 금세 동물원 원숭이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흑백이 아니다. 이쪽 끝과 저쪽 끝 사이에는 50억 종류의 회색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다음에는 본 단어 없이 부정적 형태의 단어로만 존재하는 단어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일러스트레이션 Michael Brown/Dreams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