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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Jun 15. 2019

선을 지킨다는 것.

모든 아싸의 모임에 속한 인싸

나는 암묵적인 동의하에 정해진 영역안에 있는 게 편하다.


자기 영역을 boundary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개인영역이 좀 커서 줄을 서도 띠엄띠엄하게 서는데 힌국에 오면 조금만 자리가 나도 새치기를 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부딫쳐도 사과도 잘 안하고, 비켜주시겠느냐고 양해를 구하느니 쑥 밀고 가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어느쪽이 우월하다기보다는 자기 영역이 클수록 편한 것은 사실이다.신체적 영역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일수록 남들 일에 참견 잘하고 꼰대질 잘 하는 등 정신적 영역도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말이다.


그리고 법도 마찬가지다. 자꾸 어떻게 안되나 하고 꼼수를 부리느니 규칙 안 낙낙한 공간에서 움직이는게 편하다. 보험도 커버리지를 넉넉히 하고 유료파킹을 미리 예정하듯이 뜻밖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에 괜히 돈 아끼지 않는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 끌어들일 필요없이, 법이 좋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법을 개정하도록 움직여야지 그걸 무작위로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vigilantism 자경주의를 표방한 이기적인 행동이며 단순 위법일 뿐이다.


정해진 선 line이 있어서 생기는 공간들을 생각해봤다. tip,head머리/끄트머리, edge모서리/끄트머리, border/brink/verge가장자리(턱), boundary언저리, limit한계, 등, 안과 밖 말고도 다양한 공간이 있다. 그래서 충분히 자유로운거구나 내가, 생각했다.


또한, toe the line이라고 하면 발가락을 줄에 맞춘다는 말이니까 규칙을 잘 지킨다는 뜻이고, 입안에서 말이 맴도는게 영어로는 it’s on the tip of the tougue 혀끝에 있다고 한다. 귀여운 말들이다.

뭔가 막 일어나려는 걸 on the verge of something 이라고도 한다. 턱에 걸쳐져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보면, 변두리에서 더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Push the envelope 이란 말은 한계를 넘어선다는 말인데, envelope봉투를 미는게 뭐 그리 대단한 한계냐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봉투란 우주선이 지구를 벗어나려면 뚫어야 하는 대기권같은, 뚫어야 넘어가는 임계점의 영역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끓는점 등 어떤 한계를 넘기는 지점인 임계점은 끄트머리tip의 동사형인 의미인 넘어간다는 말을 써서 tipping point넘는 점,이라고도 한다.




re는 back이라는 뜻의 어원으로 아시다시피 repeat나 rewind 처럼 ‘다시’ 라는 의미의 접두사인데, respect존경의 어원도 re뒤+specere보다 로, 누군가의 어떤 행동이나 말로 인해 ‘되돌아 보게’ 되는데서 존경심이 나온다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어의 어떤 사람을 ‘다시 본다’는 말과 비슷하겠다.

또한, suppression과 repression은 둘 다 억제한다는 뜻이 있지만, 전자는 sub+premere밑으로+누르다,로 의식적으로 제압하는 것이지만, re를 더한 repression은 무의적으로 기억 등을 억누르는 걸 말할 때 쓴다. 뭔가를 반복해서 자꾸 누르다 보면 결국 무의식적으로 묻히게 되나 싶어 조금 슬퍼진다.

가끔 일탈 행동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혹시 나도 뭔가 억누르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되돌아보게 되긴 한다. 하지만 살아 온 내내 집에 혼자 있으면서도 가벼운 춤 한 번 춘 적이 없는 나로서는 역시 그저 몸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결론이다.

나처럼 정신 바짝 차리고 분명한 경계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서 평화를 찾는 사람도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해 가 가야 가슴도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는 것 뿐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좀 설렁설렁 살라길래, 그래서 뭐하게? 그랬더니, 좀 놀려도 먹게, 라 답하더라. 갑각류가 뿌연 살 내밀어 봤더니 먹히기나 했으니까 갑각류 됐겠지, 한다. 난 이게 좋아서 이러고 사는거니까 괜히 ‘벗어나 보라’고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만든 세상의 ‘인’싸 아닌가. 동그라미가 크고 작고 차이지. 가장 작고 단단한게 ‘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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