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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Mar 03. 2019

영어는 일 개 언어다(3)

(3) 이제는 영어가 '된다'?!

이, 영어가 '된다'는 선은 어디인가.


놈 촘스키와 스티븐 핑커 등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8세 이후에 배우면 수화에도 악센트가 있다는 마당에 우리 아이처럼 유치원부터 영어를 쓰며 자란 것이 아닌 다음에야, 요즘에는 조기교육을 한다고 해도 제2 국어는 제2국어인데, 더구나 우리 세대처럼 어른이 되어서야 시작한 언어가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될리는 만무하지만, 만약 기적적으로 영어가 '된다'라고 가정해도, 그걸 넘어가는 순간에는, 그 순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느냐!


물론 그럴 리는 없다. (피식)


Antonio R. Damagio 박사의 <The Feeling of What happens>라는 책을 보면, 의식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아가 보고 만지고 듣고 행동하는 것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으로 묘사하는 것과 같다는 학설이 있다. 저변에서 딱히 말로 하지 않더라도 의식 속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자아가 나의 행동을 인식하는 방식은 언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사람은 밥도 한국말로 먹고, 영어를 말하는 사람은 영어로 뛰고, 일어 하는 사람은 일어로 자는 것이라는 것이 된다.


20년 동안 듣고 보고 읽고 먹어 본 게 많은 만큼 당연한 것도 많아지고, 신기한 것도 별로 없어지고, 경력(?) 짧으신 분 들 정보 공유하는 걸 보면 비로소 나도 이걸 몰랐던 때가 있었지 싶듯이, 내가 쓰는 것이 외국어라는 것에 대해 별로 생각을 안 하게 된달까. 나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파악하고 일종의 아닌 득도(!!)를 하긴 한다고나 할까?

 

개구리 올챙이 시절 잊는 걸로 볼 수도 있겠지만, 20년이면 태어났을 때부터 쳐도 성인이 되도록 산 셈인데 그 시간을 한국에서 살면서 번번이 한국을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물론 주마다 모두 다른 나라라고 보는 것이 안전할 정도로 미국은 주마다 법도 다르고 역사와 문화도 다르니 미국이라고 다 같은 미국도 아니고, 사람마다 호기심이 얼마나 많은가 등 개인적 성향도 다르겠지만, 나는 처음에 그래도 유학생 가족들과는 교류 한 5년을 제외하고는 그다음 15년은 한인들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서 살아와서, 한인 식당이나 상점 주인 '아는' 것 말고는 미국에는 실물 한국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 한국 방송도 거의 보지 않고, 트위터 말고는 한국어로는 별로 접하는 게 없다. 그래서 대개의 시간(지금처럼 한국어로 글을 쓰고 있는 시간도 있으니까)을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읽고 돈 내고 듣고 말하고 내 생계(!)를 위한 모든 것을 영어로 살게 되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한국말 잘한다고 따로 말할 이유가 없듯이, 특별히 잘하네 못하네 생각도 안 하고 욕심도 버리고 그냥 '살게' 되는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은가. 한국사람이 쓴 한국말이라고 다 잘 쓰는 것도 아니고, 혹시 글은 좀 쓰는 것 같은데 영 말솜씨는 잼병일 수도 있고 그런 거 아닌가. 한국말 발음이 좋은 사람이 (한국) 말을 다 잘하겠는가? 한국어고 영어고 그냥 언어는 언어인 것이다. 그러니까 영어로도 그냥 의사 표현하며 사는 데 있어서는 따로 '실력'이라는 것이 해당이 안된다는 말이다.


내가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데서는 영어로도 진 적이 없는 이유는 내가 목소리가 커서도(작음) 내가 딱히 '언변'이 좋아서도, 영어'구사'를 잘해서도 아니라(그럴 리가) 나의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주장을 논리적으로 제대로 펼쳐서라고 봐야 한다는 거다. 즉, 어떤 언어로든 그 언어로 할 말을 해서 손해 안 보고 먹고 살 수 있으면 그 언어가 '된다'라고 생각한다.


여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살 때는 도움을 받을 아군(!)이 있었어서 그런지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살았나 보다. 미국에서 뚝 떨어져 살면서야 비로소 실제로 내가 발 벗고 나서서 모든 것을 알아보고 찾아보고 공부하고 마주쳐야 하는 일들이 생겼고, 그래서 화가 나고 흥분할 일도 한국에서 살 때보다 더 많았다. 그래서,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지방에서 서울 올라와 '얼추' 서울말을 쓰고 살던 분들이 흥분하면 사투리 나오듯이 나는 흥분하면 영어가 나온다. 영어로 욕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흥분한다고 하지만 나는 화가 나면 목소리가 깔림), 언감생심 영어로 말을 더 잘한다는 게(그럴 리가) 아니라 분노의 감정은 영어로 더 생생하다는 말이다. 시작부의 말을 빌리면 나는 '화가 영어로 난다'랄까?

'영어로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지 싶다.


그러니까 영어가 된다는 것은 결국, 영어 말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영어로 생각하며 ‘영어로 사는가’가 관건이라는 결론이다.

 

'영어로 산다'는 것은 반드시 미국인과 만나 영어'회화'를 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다 광고지나 문화행사 안내지를 집어 들어도 다 영어고, 간단한 병원 예약을 하거나 학교에 문의를 하려고 해도 의문도 '영어로' 생각난다는 말이다. 레스토랑에 가도 단지 웨이터가 영어를 해서가 아니라(물론 과도한 친절로 먹고 있는 동안 몇 번이나 와서 귀찮게 굴 수도 있지만) 찾아가는 네비도 영어, 음식 이름도 영어고 재료도 영어고 하니 음식 이름뿐 아니라 음식 자체도 영어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영어로 읽고 본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영어로 하는 게 편해진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어디 전화할 일이라도 있으면 뭐라고 말할지 준비를 해보곤 했만, 언제부터인가 ‘할 말을 문장으로 미리 따로 생각' 해보는 일은 없다. 대화는 쌍방이라서 나 혼자 연설 '준비'를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닥치는 대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고는 어차피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된다. 전화를 한 이유가 있으니 물론 기본적으로 내 할 말이야 내가 알지만, 나머지는 일단 상대방 말을 들어보고 생각하는 편이 소통도 잘 된다.

가령 한국말에서 카드사에 전화할 일이 있다고 하면, 누구든 내가 걸어서 이런 말을 하겠다, 는 생각보다는 어디 얘네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겠다, 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겠는가.


도 그렇다.

영문 책을 읽고 나면 '영어로 생각해서' 영어로 리뷰를 쓰는 게 편하고, 만약 그걸 한국말로도 말하고 싶으면 머릿속으로 문장을 '한국어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영어로 쓴 것을 다시 한국말로 '옮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하자. 이래서 미국 생활도 오래 했고 스스로도 영일 번역 작업을 더러 하고 있는 하루끼가 정작 자기 소설은 일영 번역가에게 맞긴 것이지 싶다. 영어를 '더' 잘하고 한국어를 못하고 이런 게 절대 아니다. 그냥 영어와 한국어가 다른 생각의 '모드'로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문득 한국말이 들리거나 해도 그것이 한국말이라는 것을 아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어떤 말을 한국말로 들었는지 영어로 읽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바로 이해가 안 가는 분들에게는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무심코 듣고 있다 보면, 가만 이게 한국말인가? 뭐 이런 식이다. 특별히 영어를 듣는다고 힘 기울여 듣지 않아도 되고, 한국어는 모국 어니까 또 자연스럽게 들리고 그런 모양이다.


한 번은 나는 다른 일을 하면서 남편이 보고 있는 영화 소리만 대충 듣고 있는데 누군가의 대사를 유난히 못 알아듣겠어서 봤더니 설국열차에서 송강호 씨가 한국말을 하고 있었고(그 전 대사들은 영어라서 미국영화인 줄 알았음), 게다가 그의 한국말은 웅얼거려서 열심히 들어도 못 알아듣겠더라.(남편은 초등학교 때 서울에 올라와 서울말을 하지만 7년을 옆집에서 산 시댁이 경상도 분들이라 내가 사투리 동시통역 자격증이 있는데도)

외국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다 경험하시는 게 오랜만에 한국에 가면 가끔 가다 한 번씩 느닷없이 , '어 여기 왜 이리 동양인이 많지? 참 한국이지'하는 생각이 1초 상간에 일어나니까,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뭐 그런 것이다.


그러면 치사하게 한국에 살면서는 영어가 '되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냐.


앞서 말했듯이, 나 어렸을 때는 미국 방송이라 도는 AFKN하나뿐이었고, 영문서적도 큰 서점 아니면 이태원 중고서점 '영어 책방'에 가야 구할 수 있었다. 다니던 회사 건물 안 우편함 실에 가끔 길 잃은 외국 신문들을 주워다 보기만 해도 당시 영자신문으로는 나름대로 잘 알려졌던 '코리아 헤럴드'신문이 어떤 수준인지 알 만했던 시대다. 하지만 지금은 영어 리소스가 그때에 비해서는 엄청나다. 인터넷이 있고 넷플릭스가 있고 영문 책도 얼마든지 구하기 쉽다. 그래도 영어 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과는 다르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영화 대사는 좀 들리고 은 술술 읽으면서 해야 한다. 먼저 말했듯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될 때까지 하면서' 점점 나아지길 도모해야지 어느 날 '기회(?)가 닿으면 '칼을 뽑아 든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영화 <쇼생크 리뎀션>에서 앤디는 수저로 굴을 파고 탈출을 했는데 주어진 상황을 한계를 깨려면 망치가 없어도 일단 손에 쥔 거라도 두드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사람 흉내를 좀 잘 내는 편인데, 남 흉내를 내는 것은 무례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누구 웃기려고 그러기는커녕 자제하려는 편인데 그냥 누군가가 한 말을 전하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 빙의가 되는 식이다. 말을 하고 있는데 듣던 사람이 '윽 어떻게 똑같아' 하고 기절하는 것을 보면 그제야 엇 내가 또 흉내를 냈구나 깨닫는.

그러다 보니 들은 것을 잘 흉내 내는 것이 조금 용이했던 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잘 듣는 귀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런 걸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남 흉내를 잘 낸다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무나 아무데서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듯이, 영어도 항상 들으면서 혼자 연습하고 흉내 내고 훈련을 하다 보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미국 원어민 '빙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특히 알파벳 권 국가들 다국어 구사자들에게서 보이는, 여러 나라의 비슷하지만 약간씩 다른 나라의 단어를 잘못 섞어 쓰는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걸 타파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느낌을 느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멕시칸을 할 때는 따뜻한 기후와 남미의 정취를 떠 올리면 좋다는 것. 아마도 이것이 앞서 말한 미국과 한국에서의 언어 모드 전환이지 싶은데, 그러니까 한국에서 영어를 할 때도 미국 영화 같은 것을 자주 보며 영어로 사는 느낌을 가져보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물론 당연히 원어민과 영어로 말할 기회를 만들면 좋다. 내가 한국에 살 때도 발음 좋다 소리는 들었고 영어를 잘했다고 하지만, 모두 재한국 기준이었을 뿐이고, 미국인들을 만나 직접 실험(?)할 기회는 내가 일부러 만들기까지는 없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90년대 초반 당시, 동생 친구들 중에는 이미 영어 배우겠다고 이태원에 가서 노는 열성파도 있었는데 나는 소심해서도 그렇고 용돈도 모자라서 그렇게까지는 못했지만, 대학 졸업 후 언어과 전공도 아닌 내가 외국인 회사들에 원서를 낸 것도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그랬고, 어느 항공사에서 한 번, 외국인 은행에서도 한 번은 지점장이 면접 끝나고 나서 집에 전화를 해도 되냐길래 합격 전화를 집으로 주는 줄 알고 그러시라고 그랬더니 집으로 데이트 신청을 한 바 은행 측에 항의하고, 탈락한 경력을 거친 후(그 후 그 은행은 미국으로 철수한 걸로 알고 있다)에 하와이에 본점이 있는 외국인 여행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처음 inbound(국내로 온 관광객) 미국인들을 만났을 때도 우스꽝스러운 말실수도 많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자려고 침대에 들어가 눈을 감고 나서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걸 깨달은 적도 있었다.


나는 그저 어서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할 줄 알고'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직장 2년 다니다 결혼과 동시에 당시 사회통념대로 거의 반 강제 퇴사(회사에 결혼한다고 말하자 사직서를 내지도 않았는데 면접을 보기 시작함)를 하고, 처음 신혼여행지 하와이를 다녀온 이후로는, 남편 군특례 때문에 7년 후에야 남편의 유학길을 따라 미국에 왔고, 당시에는 학위를 받으면 돌아갈 생각이었지 처음부터 미국에 자리 잡을 생각을 하고 온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우리 주변에 유학 가려던 사람들 중에 실제로 왔거나, 왔더라도 미국에 자리 잡은 사람은 정말 드물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실제로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거의 우연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학생 때부터 간헐적으로 한 번역일은 같은 영어라도 돈 벌려고 했을 것뿐이지 정말 페이에 비해 너무 힘들고 재미없어서 하기 싫은 경우가 많았다. 내가 하고 싶은 책을 번역한다면 모르지만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지금 프리랜서로 하는 일도 영문 자료를 찾아 번역하고 요약하는 게 많이 필요한 일인데, 잘한다고 하고 돈도 벌어도 별로 재미는 없다. 뭐든 역시 쓸데없는 짓 하는 데까지가 최고 재미지 그걸로 돈을 벌려고 하면 별로인 모양이다. 책을 읽다가 사람들 보여주고 싶은데 국내 번역이 안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돈 안 받고도 휘리릭 몇 시간에 걸쳐 번역해가지고 블로그에 올려버리기도 하니까. 한국사람에게 한국어도 독일 사람에게 독일어도 돈이 돈을 버는 수단이 되면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영어가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그냥 노는 수단이 되는 것이 영어가 되는 지점이라고도 하겠다.


흔히 영어 '실력'(??)(whatever that means)을 그 자체가 무슨 가치가 있는 것처럼 따로 자랑하고 싶어 하거나 미국에 대해 아는 게 많은 듯 떠드는 사람들이 오히려 초보라고 보면 맞다.

하기사 20년을 산 내게 미국 여행에서 주워들은 것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도 봤지만, 누군가 아무리 머리가 좋고(whatever that means) 좋은 대학으로 유학을 왔어도 고작 몇 년 미국 생활을 한 후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한다고 주장하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제2 국어로는 상당히 잘한다' 여겨지는 사람은 몇 보았는데, 특히 그런 사람들은 자체 이상이 높기 때문에 섣불리 '내가 네이티브 수준이다'는 말을 하고 따로 하고 다니지도 않거니와,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제법 근사해 보일지 몰라도 어려서 미국에 왔어도 부모가 모국어를 쓴 흔적이 있는 외국계 만해도 분명 네이티브 스피커와는 다르다. 사투리 쓰는 사람이 아무리 서울말 쓰는 척하려고 해도 사투리 쓰는 사람은 귀신같이 알아듣는 이치이다.(서울말 하는 사람이 사투리를 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니까 사투리 비하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들에게는 그게 부끄러운 것도 아니거니와 '네이티브 수준으로' 고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네이티브같이 말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내가, 나는 이제는 책을 읽어도 단어도 별로 찾지 않아도 되고, 미국 사이에 별로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실은, 분명, 여전히, 매일매일, 사람을 만나 얘기하면서, 책이나 팟캐에서,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표현을 배우고, 그러면서 분명 딱 그만큼씩이라도 내 세상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그' 관광지에 가서, 남들도 다 찍는 똑같은 그 지점에 가서 누가 찍어도 똑같은 인증샷을 찍고, 현지식이 아니라 가이드가 커미션 받고 계약한(여행사 출신입니다. 믿어주십쇼) 식당에서 밥 먹고, 가이드가 커미션 받는 기념품점에 가서 (가짜) 현지 기념품을 사고, 관광업체가 계약하고 커미션 받고 추가 요금 내야 하는 겉 핥기 관광지들을 관광차로 휘리릭 돌아보고 오는 것보다, 새로운 곳의 살아 있는 말 한마디를 배우는 것이 더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준다는 믿음이다. 말을 배운다는 것은 그 말로 넓어진 세상만큼, 그만큼 더 볼 수 있고, 그만큼 더 '살아있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내가 언어로서의 영어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한 이유도, 내가 남들보다 '영어를 잘한다'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살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차곡차곡 모이면 적어도 두고 곱씹어보기도 하다가 “으, 더 이상 가지고 다니기 무거워. 내려놓자” 싶었던 것들을 나눠 생각해 보자고 쓰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영어'공부' 따위는 하지 말자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놈의 영어가 '되냐 안 되냐'하는 생각은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고.


이제 '영어는 일 개 언어다'는 큰 제목 주제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생각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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