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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Apr 06. 2019

영어로 맞장구치고 싶을 때(1)

'과묵'을 벗어나서

미국인들은 이야기를 할 때 대개 열심히 눈을 마주치며 듣는다. ’고개를 숙이고 겸허히 경청'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옆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때로는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어서 그렇게 보면 부담스럽고 초점도 안 맞을 것 같은데도 열심히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그래서 요즘에는 한 데스크에 앉아서도 각 사람을 패널로 나누어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편집을 하는 편인 것 같다. 안 그러면 시청자는 항상 옆얼굴만 보게 될 테니까.

물론 몇 마디 안 하는 sulky 시무룩하고 무뚝뚝한 틴 에이저도, dull witted 말귀 잘 못 알아듣는 페스트푸드 직원들도 있지만,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말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남 신나게 얘기하고 있는데 끼어들기도 어렵고, 끼어들어 안 되는 영어를 하느니 열심히 듣고(실제로  들어야 한다, 물론) 추임새를 잘 넣는 것만으로도 영어를 제법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아닌걸 그런 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 언어가 안된다는 것만으로 sulky, dull witted의 인상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동서고금 미덕인 것은 분명하니까. 그리고 어느 언어나 문화가 그렇듯이 얘기를 잘 들어주면 원어민도 더 자주, 잘 얘기 할 것이고, 그러면 배움의 경우의 수가 높아지는 것이다.


어디선가, 유럽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잘 해주는 것은 어떻게 해보려고 그런거라고 넘어가지 말라고 하는 남자분들에게 어느 분이, 아니 어떻게 해보려고 하면 잘 해주는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것도 안하고 어떻게 해보려고 하니까 ‘미투’ 운동의 원인들이 생기는 거 아닌가, 하고 응수하는 걸 읽은 적이 있다. 구세대의 나로서는 너무나 옳은 말이라고 느꼈다. 아무튼 사람의 마음의 사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나쁘지 않고, 그렇게 하다보면 fake it until you make it, 이라고, 직역은 ‘제대로 할 때까지 척이라도 해’, 즉 처음엔 아닐지 몰라도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몸에 배게 된다는 말처럼, 친절과 다정함도 몸에 익게 된다고 생각한다.

태생 사기꾼이 아니라면.


즉, 말하자면 '열심히 듣고 있다'는 표를 내려면 맞장구도 잘 쳐 줘야 한다.

문제는, 흔히 우리가 잘 아는 Really? Right! Cool! Yeah~ 같은 것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길어지고 한두 번 반복하다 보면 살짝 욕심이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맞장구칠 때 쓰는 말들을 살펴보기로 하기로 했다.


먼저 위에서처럼 간단히 긍정적인 맞장구치는 흔한 말로는 흔히,

Exactly! 바로 그거야!

발음은 이그제클리다. 이그젝틀리가 아니고. 이상하지만 할 수 없다. 백이면 백 다 그렇게 발음한다. 연음법칙같은 것인지 무슨 법칙인지 모르지만 언어는 진화하는 것이고, 신조어도 있으니까 원어민이 하는데로 하면 된다. 미국영어는 한국처럼 언어학자가 느닷없이 무엇은 그게 아니야, 라고 꾸짖으며 고치려 들지 않고 다들 하는데루 따라가는 편이다고 장맛비에 영 적응 안되는 일인이 불평함.


way to go! good job! 잘했네!

특히 way to go는 물론 칭찬으로 "잘했어!"라는 뜻도 되지만 억양 따라 우리나라 식으로 일을 저질렀을 때 "자알 한다"하는 식으로 쓰기도 있다.


That's what I'm talking about. 내 말이!

특히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이 (흑인라고 하면 당신은 미개한 사람. *마찬가지로 인디언이라고 하면 안되고 native American 미국 원주민이라고 해야한다 ) 잘 쓰는 말이지만 물론 누구나 써도 된다. 이들은 또한 자기가 말하면서 'You know what I'm saying?' 추임새를 계속 넣길 잘하는데,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라고 번번이 말하는 게 아니라, 아니 그렇찮아? 그지그지? 정도니까 예스 예스 알아 듣고 있어, 하고 번번이 답하지 않아도 좋다.


I know! 그러게!

'알고 있어(그러니 말 안해도 돼)’, 가 아니라 'know'에 강조를 넣어, 그러게! 쯤의 어감으로, 즉 상대방이 자신도 아는 명백한 사실을 말하고 있을 때 쓰며,

Don't I know it(that)!

Tell me about it.

You can say that again.

등도 다 비슷한 맞장구로, 약간 눈 굴리는 분위기, 아이고 그러게나 말이야, 이런 느낌이다.

물론,

So do I! Me too! Ditto. 등 나돈데!라는 공감은, 사실이라면, 언제든지 통하게 되어있다.

(참고로 맞장구치는 두번째 사람은 Me Three라고 말해도 된다. 아재개그면 아재개그지 콩글리쉬는 아니다.)


위로를 건네고 싶으면,

Whar can I say...   직역하면 내가 뭐라 말할 수 있겠니..., 즉 "할 말 없다, 다 그렇지 뭐, 이런 뜻쯤 된다.  


I (totally) understand~  이해해. 내가 네 맘 알지

자신의 실수 같은 것으로 괴로워하거나, 당장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데 내가 딱히 도움 줄 것은 없지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으면,


BTDT(비티디티라고 읽는다) Been there, Done That의 약자로, 나도 그런 적 있어. 이해해.

직역하면 Been there 거기 가본 적 있고, done that 그런 한 일 있지, 장소와 행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는


대강 살펴보면 알겠지만 이런 일상 표현들을 보면 미국인들의 air kiss(뺨만 대고 허공에 하는 키스) 문화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열심히 끄덕끄덕, 입으로도 열심히 맞장구를 치고 있긴 하지만 사실 모두 공허한, 그저 그런 '듣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소리'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래그래 알았어 '고만해'라는 식으로 끄덕끄덕 해주는 경우도 많으니 인간사 덧없지만 맞장구라는 게 본래 어느 언어나, 딱히 이해해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그냥 맞장구쳐주는 식으로 쓰이다 보니 사실 의미 없는 말인 경우도 많은 거다.

그러나 어떻든 뭐 대충~ half heartedly (직역을 하면 반쪽의 마음을 가지고, 그러니까 대충) 듣고 있는지 졸고 있는지 모르게 하고 있는 것보다는, 그리고 졸지에 입 꾹 다물고 과묵하게 구는 것보다는 여실히 나으니 오늘은 우리도  열심히 한번 상대방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보는 것이 어떨지... You know what I'm saying?  


다음에는 덕담을 넘어 약간 더 적극적인 '대화에의 개입'을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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