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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May 11. 2019

영어로 '괜찮다'고 말하기(2)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먼저 말했듯이, 미국인들은(가 본 나라는 네 개 더 있어도 살아 본 나라는 미국뿐이라서 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름) 실제로 주거니 받거니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


일단, 고맙다는 말, 땡큐에 대한 답례는, 말하자면 한국말의 '뭘요'에 해당하는 답례가 되겠다.

대한의 건아들은 You are welcome이고, 혹은 Don't mention it.으로 배워가지고 미국 땅을 밟지만 막상 미국인들은 Sure, (but) Of course, Yes라는 답을 더 자주 쓴다. 뭐 당연히 고맙다고? 예스는 또 뭬야, 하고 심술이 나지만, 뭐 그런 거 가지고, 내가 하는 게 당연한 걸, 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땡큐를 마땅히 해야 하는데 안 하면, 들으라고, 혹은 혼잣말로 미리 you are welcome 하는 뼈 있는 농담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참으로 이들의 주거니 받거니는 가히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사과의 말, 아임쏘리를 받을 일이 생기면 답해야 하는, 오늘의 주제, 이른바 '괜찮아', 에 해당하는 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옛날 나 배울 때 기준으로는 기본 명사와 문법 외에 이른바 '영어회화'라고 하면 인사말과 더불어 땡큐와 아임 쏘리에 대한 답례를 제일 먼저 배우게 마련이었는데, 지금은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모든 요인과, 그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적 경제적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말하는 법을 먼저 배우는지도 모르겠지만. '괜찮아'에 해당하는 인사로는, It's ok. Never mind. No problem. 정도 배워오시지 싶다.

(disclaimer: 내가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은지도 오래고, 한국을 떠난지도 오래고, 아이가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잘 몰라서, 어떤 말을 영어로들 쓰셔서 그러면 이 정도는 다들 알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면 또 그게 아니고, 이런 건 모르겠지 싶어 얘기하면 요즘은 중딩도 그 정도는 한다고 말들을 하니 전반적인 영어 수준은 영 감을 잡기가 어렵지만, 대충 소 뒷걸음질 치는 식으로 추측을 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땡큐 답례'하고 '쏘리 답례' 둘도 헛갈려서 잘못(?!)하고는 집에 와서 그게 아니었어 오늘도 폭망, 하며 앓아눕곤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만, 한국인들의 특징인 '틀려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은 생각에' 너무 '정답' 맞추려고(!) 부담 가지며 웅얼웅얼 얼버무리는 것보다는 나으니 뭐라고라도 답은 하도록 하자. 말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말하면서' 배우는 것, 잊지 말자.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비디오를 백번을 시청해도 몇 번 해보는 것만 못하다.


흔히 원어민 수준이라는 것은 희한하게 발음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말을 수십 번 하면 수십 번 다 다르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가령 닳아빠진 외판원이라서 눈감고도 주워섬기는 원고가 있다면 모를까 아주 짧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매번 '똑같이' 말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즉 자기표현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로 괜찮다는 말도 사실은 끝이 없다고 보면 맞지만


사과에 대해 '괜찮아'에 해당하는 대략 대표적인 말은,

Don't worry about it. 걱정 마.

No big deal.(Not a big deal), no biggie (slang) 별거 아닌데.

Don't/no sweat 땀 흘리지 마, 가 아니고 역시 '힘든 것도 아닌데 뭘 그래',

Don't be (sorry) (미안해할 거) 그럴 거 없어.

Don't give it another thought. 그런 생각 하지 마.

Let's forger (about) it. 잊어버리자고.


땡큐에 대한 답에 비해, 쏘리에 대한 답은 주로 dismiss, brush off 털어버리는 쪽, 그러니까 아 난 괜찮아,의 의미가 담긴 말들이다.


그런데, 누가 발을 밟았거나, 약속에 조금 늦었거나, 정말 실수로 내 사소한 물건을 망가뜨렸거나 할 때 얘기지, 그 물건이 아이폰 6이라든가, 정말 상대방이 잘못을 했는데도 무조건 아 뭐 괜찮아 괜찮아하는 식으로, 저렇게 받으면 너무 너그럽다 못해 시시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잘못을 인식은 하되 용서는 해준다, 는 조금 강경한 입장이 되어야 할 때다.


즉, I am sorry를 넘어 I apologize의 사과를 받아야 할 때에 대한 답이다.

어폴로자이즈보다 더 진지한 사과는 I have wronged you, I did wrong. 등이 있다.

보통 한국말로는 미안, 사과할게, 보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진지한 사과가 되지만, 직역으로 '잘못'에 해당하는 fault는 it’s my fault, my bad, 처럼 그저 잘못의 주체가 누군가를 밝힐 뿐이고, '내'가 너에게 잘못된 행동을 하였다, 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진지한 사과이다.


사과에 대한 답들을 알아두어야 하는 이유는, 물론 위에 말했듯이 나를 지키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일껏 상대방이 진지하게 사과하고 있는데 어색하다고 해서 또 대충 얼버무리면 상대방이 사과를 분명했고 나도 받아줄 의사가 있었는데도 좋을 수 있었던 관계에 흠이 가기 때문이다.


사실 상당히 불쾌했지만, 상대방이 매우 미안해한다면, 그래서 나도 금세 누그러진다면,

I understand. An apology is not necessary. 사과할 필요는 없어.

하고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겠다.

Thank you for apologizing.

I appreciate your apology, thank you.

'사과해줘서 고마워'라고 받아줄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그저 참아줄 만큼은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상대방이 정말 잘못했다 싶을 때, 정말 사과를 제대로 받는 게 중요해서 사과를 받아야 할 때가 있다. 이제는 정말 괜찮지가 않다.

그럴 때는,

Apology accepted. (사과를 할 만해서 했으니) 그 사과는 받아들이겠어.

You are forgiven. 용서해줄게. (어쩐지 I forgive you는 잘 쓰지 않는다. 어딘가 추장 냄새가 나서 일까)

거기다가 확실히 해두고 싶으면,

Please don't let it happen again. 다시는 그러지 마.(아이폰 6은 정가가 웹사이트에 나와있으니 참고하렴)

를 더해도 되겠다.

You should be, but I forgive you. 미안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용서해줄게.

라고 말하면, 특별히 거친 말을 하지 않고도 내가 화가 얼마나 났는지 상대방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과를 받아야겠는데 사과를 하지 않을 때도 있고, 그렇다고 억지로 사과를 하라고 해서 demand applogy 사과를 받아봐야 개운하지도 않을 때도 많다. 다시는 안 보면 좋은데 많은 경우 그럴 수도 없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괜찮기가 어렵다. 한국어로나 영어로나.


...


진실한 태도로 사과를 하는 것은 드문 만큼 아름다운 일이지만, 살다 보면 늘 사과를 할 일을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런 사람들은 또 사과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은 씁쓸한 일이다.

일단 사과를 '받는' 것으로 얘기를 풀어나가긴 했지만, 다른 나라에 와서 지내게 되면 잘 몰라서 실수로라도 실제로 남에게 잘못을 하는 수가 있다. 미쿡인들에게 굽신거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나라에 와서 그 나라 문화를 무시하고 멋대로 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거니와 살다 보면 나는 잘못이란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럴 때,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한다, 는 식으로 얼렁뚱땅 웃어넘길 생각하지 말고, 정확하고 깍듯하게 사과를 하는 법도 물론 역으로 알아두고, 답들을 참고해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른 향후 나의 행동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당연히 살면서 말이나 행동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사과를 잘하는 것은 비굴한 게 아니고 현명한 것이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여러분의 지능을 무시 insult your intelligence 하는 것 같아서 안 하도록 하겠다. 실수는 했으면 반성하고 다시는 안 그러도록 교훈을 배우면 되는 것이다. 로맹 가리의 <The Roots Of the Heaven>에 보면, 괜히 대장보다도 더 뻣뻣하게 구는 졸병들을 가리켜 주인공 모렐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푸라기처럼 잡으려는 건 정말 찌질한 일이야. 특히 그 사람들이 지푸라기에 불과할 때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사과를 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항상 미리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우리 때는 많이들 쓰는 말이었는데 요즘에는 '말이나 안 하면 중간이나 가지'라는 명언을 안 배우는 모양이다. 그리고, 사과를 받으면 너그럽게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혹은 필요에 따라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관건에만 집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받아주는 법을 익히는 것도 바른 의사소통을 하게 하는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안녕이나 사과를 받을 때나, 실제로 괜찮을 때만 '괜찮아'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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