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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Jun 02. 2019

당황하셨어요?

황당하셨든가

미국에 와서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곳은 몰라도 병원과 종교 관련, 그리고 미장원(!!)은 한인이 하는 곳을 찾아다니는 심리도 결국 그런 곳들이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감정에 대한 단어를 다루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었다. 사람이 감정을 다루는 방법의 첫걸음은 정확한 자기감정의 이름을 아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본래 차차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써 보겠다고도 생각을 했던 것도 같지만, 그래서 지금 그런 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는 말인가 하고 심지어 내가 약간의 당황도 하는 중이지만, 어떻든,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제일 먼저 당황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


보통 당황했다고 하면, 가장 보편적인 baffled라는 말이 생각나지만 그건 누군가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해서 '응 ? 이건 또 뭐지?' 이런 정도의 마일드한 당황이다.

동의어로는 perplexed, puzzled, bewildered, mystified, confused, 등이 있다. 구식 표현으로는 discombobulate, flabbergasted, flummoxed 등도 있다. 단어가 만드는 소리가 어버버버 같은 소리가 나는 것을 상상하면 좋다. 디스콤보뷸레이티드! 플래버개스티드! 플러먹스드!

이렇게 발음하기 어려운 말을 mouthful입에 가득하다고 하는데, 분명 안 쓰지 않는 말이다. 그냥 놀랐잖아, 할 것을 당혹스럽구나, 하고 말하는 것이랄까.


여전히 나에게 직접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냥 잠시 당황한 것을 넘어서 조금 걱정스럽고 불쾌한 정도, 황당한 정도, 즉 '웬일이야, 무슨 일 이래'가 되었으면,

confounded, disconcerted,


상각대로 일이 안 풀린 정도, 다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정도의 일로 당황한 경우,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정도면,

thrown, stumped, frustrated,


본격적으로 내 일에 방해가 된 경우,

이른바 '어떻하면 좋아, 큰일났네’의 상황은,

My plan(project) is / I am

checked, blocked, thwarted, hindered, foiled, obstructed, barred, prevented, deflected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잠시 그런 게 아니라, 저 사람은 좀 그래, 늘 당황스럽게 하는 사람이야, 저 사람이 나타나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의 경우는

It's, s/he is

difficult/hard to understand, mysterious, enigmatic, obscure, abstruse, unfathomable, inexplicable, incomprehensible, impenetrable, cryptic, opaque

이 된다. 대화체 예문을 안 드리는 이유는 그런 사람에게 당신은 나를 당황시키는 사람이야!라고 말할리는 없지 않은가 싶어서 그렇다.


본인이 실수를 하든가 해서 당황한 모양은 flustered인데, 얼굴이 붉어지는 모양새로, 이를테면, 아이코 어쩌면 좋아, 의 당황이다. he was flustered. 그가 당황했다고 쓸 수 있지만, 내가 당황했을 때는 I am flustered라고 쓰기보다는, 남에게 실수를 한 것이라면 얼른 사과를 할 일이고 그게 아니라 혼자서라면 OMG가 나오겠지만 영어 욕은 안다고 괜히 뱉지 않도록 하자. 입에 걸레를 물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신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 모독인 기독교인들에게나 그 신이 자기 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offend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욕을 무조건 하지 않는 게 좋다기보다는 늘 언제 어디서나 남에게 무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참고로 질문이 들어와서 말인데, 구체적인 누가 약속에 예상보다 unexpectedly, 일찍 온 경우의 당황은,

I wasn't expecting you so early라고 말하지 나 당황했어요!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Caught me off guard 도 나쁘지 않다. 말로도 쓸 수 있고.

I was caught off guard, You caught me off guard.  둘 다 가능하다.

단!

약간의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하자.


왜냐하면, 약속이란 것이 (잠시 하늘을 본다),

아메리칸 타임이란 것이 있어서 (하아- 땅을 봄), 코리안 타임 코리안 타임 하지만 언제 적 코리안 타임,

미국 배송사에서도 동양인들하고 상대할 때는 그 날자를 안 지키면 난리가 나기 때문에 절대로 언제라고 정확한 날자를 안 박는다고 했을 정도고, 다른 케이블이나 인터넷 서비스, 혹은 심지어 내 돈 주고 하는 집수리 등도 아메리칸들은 시간을 도대체 정확하게 지키지 않을 확률이 많고, (남미나 유럽은 더 심하다고 들었는데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도록 하자) 그래서 time frame이나 window라는 빛 좋은 개살구 말을 사용해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며칠부터 며칠 사이에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날자가 아니라 ‘기간’으로 날자를 잡아 일처리를 하는 편이다.

게다가, 상사의 부름을 받거나 병원이나 관공서 등 '늦으면 내가 불리한 경우'(=자기들은 마음껏 기다리게 하면서 나는 늦으면 손해 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딘가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여럿이 모이는 파티든 개인의 초대든

fashionably late  (세련되게 늦는다?)라는 텀이 있을 정도로 약간 늦게 가는 것이 예의인 판국이다.

그러니 oh, you are early! 정도만 말해도 눈썹의 각도에 따라서 '뭐래, 왜 벌써 오고 야단이야'로 들릴 수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흔히 서양인들이 감정 표현에 더 자유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 미국에서는 감정의 표현을 삼가는 편이 안전하다. 코리안끼리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표현이라도 있지 미국 사람들은 어제까지 같이 하하 호호하다 오늘 폭망 하는 수가 있다.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나의 의견으로 말하자면, 나는 좋은 게 좋다는 표현이 싫어서 미국식이 더 좋은지도 모른다. 좋은 게 누구에게 좋은가 보터 시작해서, 좋아야 좋지 어떻게 좋은 게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입이 근질근질하다, 죽어도 내 이 당황한 마음을 알리고 싶다, 일찍 와서 당황했지만 좋았단 말이다, 보라 웃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씀하시는 당신,

It's a pleasant surprise! what a pleasant surprise! I am pleasantly surprised.

라고 할 수 있다.

'기분 좋게 놀란 걸요'라고 번역하면 어딘가 느끼한 한류 드라마 냄새가 나지만 뭐 그런 걸 번역체라고 하는 거다. 물론 이것은 다른 기분 좋게 놀란 경우에도 쓸 수 있다. 깜짝 파티라는 게 주로 심장 약하신 분이 진짜 화들짝 놀라버리거나, 고을 원님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그게 내가 원한 것이 아니거나, 몰래 준비한답시고 수상하게 굴다가 준비과정에서 기분 상하기가 쉬워서 권하고 싶지은 않지만 깜짝 선물 정도라면 얼마든지.


동의어 사전을 찾아보는 것은 아주 좋은 자세인데, 그렇게 찾은 단어를 그냥 영한으로 확인해보는 정도에 그쳐서는 실수하기 힘든 것이 아주 조금씩 다른 의미의 영어단어를 한참 단순한 한국어 단어로 적어놓은 걸로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령, 대개는 뜻을 안다고 생각하는 run만 해도, 달리다는 뜻부터, 출마하다, 경기하다, 도망가다, 에서 스타킹이 나가다에서 콧물이 흐르다는 뜻까지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과 가장 가까운 단어를 클릭해가지고 조금씩 좁혀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고도 다시 사전을 찾아서 그 뜻이 그 뜻인지를 확인 또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꼭 필요한 단어 외우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동의어 사전 찾을 일이 있겠느냐고?


먼저 말한 것 같지만(안 읽으셨거나 잊으신 당신을 위해 다시 말하자면) 영문 라이팅은 한 글은 물론 문단 내에서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글을 미려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라이팅에 동의어 사전은 필수다. 우리나라는 유의어 동의어 사전이 참으로 열악하던데 이걸 개발하는 텀블벅 나오면 지원할 용의 있다 : 내가 지금 이걸 쓰고 있긴 하지만 한가해서 그런 게 아니라 외장하드로 쓰는 거지 내 머리는 내가 안 깎는다고 쓰려다 보니 십여 년째 내 머리는 내가 깎는다... 쿨럭)

예전에 시트콤 시리즈 '프렌즈'에 조이가 친구 추천장을 쓰면서 동의어 사전을 마구 찾아가지고 ‘그는 좋은 사람이다’ 쯤을 그는 ‘매우 지고한 호모 사피엔스다’는 식으로 쓰는 장면이 나오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그럴싸하다 싶은 단어가 나오면 예문도 반드시 확인해서 사용하도록 하자.


너무 많은 당황에 해당하는 단어가 나왔다고 당황하지 말고 내일의 당황하지 않는 나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어휘를 늘려나가도록 하자.

아무튼 (으쓱) 그 방법뿐이니까, 사는 건, 대비하는 거니까, 매일 매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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