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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Nov 02. 2019

알래스카 봄 이야기(3)

알래스카 맥주

우리 엄마는 시원한 맥주 딱 한 잔을 참 좋아하신다.

본인은 술을 잘 자신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한 잔만 넘어가도 어김없이 이미 파장세지만 그 시원한 첫 한 모금을 좋아하시는 것이다. 다른 술은 거의 안 드신다.


우리 외갓집은 형편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엄마 어렸을 때 어쩌다 손님이 남기고 간 막걸리 한 잔을 버리기 아까웠던 외할머니가 설탕 타서 엄마를 주셨고, 그걸 마신 엄마는 밤새도록 기분이 좋아서 웃었고, 그 후부터는 맥주 한 잔이면 그렇게 웃음이 나고 좋다고 하신다.

맥주가 맛없는 계절이 있느냐마는, 그래서 엄마와 아빠가 알래스카에 와 계시는 봄에는 알래스카 맥주가 있어 더욱더 즐거웠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알래스카에는 토종 맥주회사가 여럿 있으며, 다른 주에서도 일부 맛볼 수는 있나 보지만, 사실 여기 단기간 머무르면서는 한 번씩도 다 맛보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종류와 맛도 계절 따라 셀 수 없이 다양하고 진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서 자주 해드릴 수 없었던 맛있는 안주를 만들어 놓고 둘러앉아, 매일 저녁 각기 다른 맥주를 서로 바꿔가며 맛보던 엄마와의‘웃음의 맥주 한잔’의 추억이 각별하다.



알래스카 맥주는 내가 어느 여행길에 머물든 집이 가장 그리운 이유 중의 하나여서,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집에 도착하는 데로 알래스카 맥주부터 한 병 마시고야 잠이 들었을 정도다. 알래스카 맥주에 길들면 한국에서 팔리는 웬만한 세계맥주는 모두 하이토맥소가 된다.


무겁고 다루기 번거로운 맥주 같은 것을 한국에 사 가지고 가는 것은 명백히 어리석은 일인 것 같지만, 한국에 수입 맥주가 없던 시절 맛있는 맥주를 가방 하나 가득 넣어 깔끔하게 세관에 신고하고 들어갔다는 어느 분의 말을 들었을 때 알래스카 맥주가 띵! 생각났던 게 사실이다.


다른 맛있는 지역 브랜드도 많지만, 혹시 오게 되면 맛보게 하나만 추천해드릴 테니, 잊지 않게 지금 메모해두시기 바란다. 가장 대표적인 알래스카 맥주 이름은 특이하게도,

‘알래스칸’이다. (아무튼 알래스칸의 상상력이란)

요건 기본이고, 이 밖에도 계절 한정판들이 계속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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