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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Nov 02. 2019

알래스카 봄 이야기(4)

알래스카에는 동네에 곰이 막 걸어 다닌다?

(드디어 곰이 나왔다 -약속은 지킵니다)


봄은 겨울잠을 자던 곰이 깨어나는 계절이다.

미시시피 같은 미국 남쪽의 휴게소에는 뱀 조심 푯말이 있지만, 알래스카는 데날리 국립공원 주변의 휴게소 쓰레기통이 bear proof 곰 방지 장치로, 사람이 머리를 좀 써야 열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곰들이 산속에서 먹을 것을 찾기 힘들어지는 계절에는 사람들이 버리는 것을 뒤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덩달아 사람도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요즘 돌고 있는 비디오들을 보면 고양이는 문제없이 열어 물건을 꺼내고 도로 감쪽같이 닫아둘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곰이 먹을 것이 많은 따뜻한 계절에는, 관광버스에서 화장실 가려고 내린 휴게소 정도에서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산속에서는 캠핑 중 괜히 냄새 맡고 오는 ‘장난꾸러기’ 곰돌이 들을 막기 위해, 냄새 새 나가지 않고 꺼내기 힘든 통에 식량을 보관할 것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알래스카에는 곰이 동네에 막 다닌다며?’라는 질문은, 일단, 알래스카의 크기를 감안하면, ‘동아시아에서는 길에 멧돼지 다닌다며?’ 같은 어리석은 것이기도 하고, 답도, 명백한 ‘아니오’다.

북극곰은, 페어뱅크스에서도 다시 차로 7시간은 북으로 달려가야 할 Barrow라는 북단에 가면 볼 수‘도’ 있다고 들었고, 그나마 갈색곰도 산속이나 어디 연어 올라오는 강물 어귀들에 가면 볼 수 있다고 들었지만, 나도 아직 직접 본 적은 없다. 일부러 마음먹고 데날리 산 국립공원 투어를 해도 장담을 할 수는 없을 정도라고 하니까.


그런데, 만약에, 만약에라도, 동네에서 곰이 ‘막 다니고 있는’ 것을 만났다면 그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라 낭패다.

한국 신도시에 나온 멧돼지도 무서운데 고고고 곰이란 말이다. Killing machine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갈색곰이 출몰할 수 있는 숲을 들어갈 때는 장총이 아니라면 적어도 곰이 싫어한다는 Bear spray라도 가지고 들어가도록 권장하고 있고, 알래스카 말고도 곰이 출몰할 수 있는 미국의 어느 지역이든, 초등학교에서부터 민방위 훈련처럼, 곰을 만나면 ‘손을 깍지 껴서 목을 보호하며 몸을 둥글게 말아 내장이라도(!!) 보호하라’는 훈련을 시킬 정도로 곰은 무서운 동물이다.

멧돼지만 나와도 난리가 나는 나라에서 살면서 남의 동네에 말로라도 이런 곰을 풀어놓아서는 정말 너무하다.


곰마다 대응방식이 다르다. 갈색곰은 이솝 이야기처럼 죽은 척하는 게 좋지만, 검은 곰의 경우는 그것만 맹신하고 곰이 울부짖고 있는데도 괜히 찬 바닥에 누워 계시지 말고 최대한 자극하지 않도록 하면서 빨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실제로 곰을 만났다면 인증샷은 커녕 이게 무슨 곰인가를 판별할 정신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죽은 척한다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곰들은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하든가 턱없이 ‘장난이 심해’서 ‘시체라 할지라도’(!?) 순전히 장난으로도 해할 수 있는 잡식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그 곰이 어떤 곰인지를 검색할 상각을 하느니 아무튼 무기나 곰 스프레이 없이 알지 못하는 숲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참고로, 뱀은 곰처럼 죽은 것을 안 먹어서 죽은척해야하는 게 아니라 시력이 좋지 않아서 움직이지 않으면 주변 환경과 구별을 못 하니 실제로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알래스카까지 오셨는데, 여담으로 숲 속에서의 생존법 한 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낯선 곳에서 곰에게 상처를 입게 되면, 죽은 시체를 먹고사는 대머리 수리 같은 스케빈저들은 그대가 죽어야 그제야 몰려들 것이므로 나 죽기만을 기다리는 게 기분이 나빠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까마귀들은 죽기도 전에 눈 같은 취약한 부분을 능동적으로 공격한다고 하므로 미리미리 쫓으면서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알아두자.


곰이 귀염둥이가 아니라는 것이나, 아무데서나 곰을 보기 어렵다는 것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알래스카의 휴게소에서는 소떡소떡 같은 것은 팔고 있지 않고 화장실이 다라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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