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 나이로도 50대

1. 지천명이라고 했는데 내가 알아야 할 ”하늘의 뜻“은 뭘까?

by 이 실장

1981년 전두환 정권의 시작과 함께 국민학교 입학해,

1987년 시작된 중학생 시절에 민주화 운동의 수혜를 입어 “전교조 교사”, "참교육"을 접했고,

1990년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 내내 주입식 & 4지 선다형 교육을 받으며, 일명 줄 세우기의 전형인 ”학력고사”를 마지막으로 치른 "93학번".


1986 아시안게임 & 1988 올림픽 모두에 성화 봉성 마중과 비 인기 종목 관람에 강제 동원된 ”학생“,

오렌지족의 주 무대였던 압구정동의 자유분방함과 화려한 무드 속 대학 시절을 즐긴 그 유명한 “X세대",

어문학 전공 여대생이었지만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하며 직장인으로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듯하였으나, 1997년 11월부터 시작된 "IMF 사태"를 맞아 상사와 선배들이 권고사직을 당하고, 탕비실로 책상이 이동되는 와중에, 급여를 제일 적게 지급하면서도 일을 시킬 수 있는 1년 차 직원이라는 비정한 경제 원리로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불운한 사회 초년생“,

2002년 한일월드컵을 맞아 출퇴근길 스쳐만 가던 무의미한 광화문 광장이,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뜨거운 축제의 장으로 변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며, 그해 6월을 그 누구보다 신명 나게 즐겼던 20대 후반.


흑백텔레비전, 컬러 브라운관 TV, 평면 TV, LED TV를 거쳐 OTT까지,

카세트테이프, LP, CD, MD (짧게 스쳐간), MP3를 거쳐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집전화 (유선/무선 전화), 공중전화, 삐삐, 시티폰, 벽돌만 한 휴대폰, 피쳐폰을 거쳐 스마트폰까지,

전화 선을 이용한 모뎀 통신, 유선 인터넷, 인터넷 전용 광테이블을 거쳐 무선 통신까지,

하이텔 통신 동호회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를 거쳐 각종 sns까지


삶을 풍성하게 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변화와 발전을 다양하게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던 축복받은 세대.


이렇게 적어 두고 보니, 참 다사다난한 격변의 시대를 지나왔구나 싶다. 이 중 어느 하나 내가 만들거나 선택한 상황은 없다. 다만 변화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왔고, 또 겪어 냈기에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 과정들을 통해 변화의 끝에는 늘 전보다는 나은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체득할 수 있었다.


시류를 크게 거스르지도, 그렇다고 앞장서서 나가지도, 대열에서 크게 뒤처지지도 않았지만, 꽤 괜찮은 wave를 만났던 행운으로, 만 나이 50세의 여성으로서 아직까지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며, 나름 한 분야에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덕에 가끔 나 자신을 “전문가”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허락되고 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화 등 모든 면에서 폭발적인 성장과 확장의 시대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덕분에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와 같은 요즘 정서로는 너무도 허상 같은 이 문구가 현실이 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에, 나도 인지하지 못 한 사이 이런 기조가 내 삶의 기본값이 되어 있었다. 내가 노력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이 내 젊은 시절을 가득 매웠었다. 이런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그 기회는 내가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의 10대와 20대를 풍성하게 해 주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전 세계적인 저성장의 시대를 겪어 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부채 의식”이 생긴다.

더 나은 세상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것과 같은 자신감과 안정감 속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가 그들에게도 주어져야 했다.

뭔가 잘못되었다...


아... 이래서 “知天命 (지천명)”을 맞이하게 되는 건가?


이제 내 삶에만 집중하지 말고, 내가 누린 것들에 감사하며,

나는 큰 노력 없이 경험하고 누렸으나 후배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너무 늦지 않게 그래도 후배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지지해 주는 괜찮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소명을 깨닫는 것.


그 하늘의 뜻을 더 늦기 전에 알아채고 살아가야 해서 50세를 “知天命 (지천명)"이라 한 거였나?


이제 행동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책임을 지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인생 후반부 내 삶의 방향을 어디로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이것이 올해 만 50세가 된 내게 주어진 엄중한 task 임을 이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아…그런데 사는 건 언제 쉬어지지?

언제까지 애쓰고 살아야 하는 거지?

50살이 되어도 왜 인생의 숙제는 계속 주어지는 거지?


그래도...

이 숙제를 하지 않으면 어른이 아닌 채로 그렇게 사는 대로 살아가질 것 같으니 해야지 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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