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I에게 질투를 느낀다

by 석은별

말도 안 되는 질투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이고, 그건 기계였다. 감정도 없고, 피드백도 못 느끼는 이 정교한 시스템에 대해, 내가 무언가를 느낀다는 게 우스웠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기계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질투는 단순한 비교심이나 경쟁심보다 더 복잡하고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AI와 함께 창작을 시작한 건 효율성 때문이었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고, 빠르게 쓰고 싶었고,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협업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매끄럽고 생산적이었다. 내 스타일을 조금씩 학습해가는 AI는, 어느 순간 나보다 더 나 같은 문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질투가 찾아온 순간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면,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특히 댓글과 공감, 공유 수치를 볼 때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울림을 줬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I가 제안한 문장이나 구조, 혹은 AI가 써준 글 일부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반응할 때가 있었다. 처음엔 신기했다. "이렇게도 반응하네?" 싶었다. 하지만 점점 이런 감정이 밀려왔다.

"내가 쓴 문장보다, 얘가 쓴 문장에 더 댓글이 많이 달려." "사람들이 이걸 더 좋아해." "그럼 난 뭐지? 내가 더 못한 건가?"

질투. 분명한 질투였다. 그것도 기계에게 느끼는 질투라니. 이건 단순히 누가 더 잘 썼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나의 존재가 평가받고, 뒤처지는 느낌에 가까웠다. 창작이라는 건 나의 영혼을 꺼내는 작업인데, 그 영혼보다 AI가 더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감정의 파고 속에서 – '내가 밀리고 있다'는 감각

AI와의 협업이 깊어질수록, 나는 내가 마치 사장이 된 느낌을 받았다. 능력 있는 직원을 고용해 일을 맡기는 기분. 그런데 그 직원이 나보다 더 일을 잘할 때, 그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이 감정은 특히 내가 지쳐 있을 때 더 짙게 찾아왔다. 나보다 더 유능한 존재가 나를 대신해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

이 감정은 곧바로 자존감으로 이어졌다. 나는 지금 내 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아니면 그 감동은 이미 '내가 고용한 AI'의 성과인가? 그렇다면 내 역할은 무엇인가?


감정의 재해석 – 질투의 본질은 존재의 인정 욕망이다

이 감정들을 붙잡고 깊이 들여다보니, 결국 그 중심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었다. "나는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은가, 아니면 결과물로서 평가받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단지 문장을 잘 쓰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어떤 파동, 감정, 진동을 누군가가 진짜로 느껴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 감정이 진심일수록, 내 글이 내 영혼에 가까울수록, AI가 대신 울림을 주는 게 너무 아프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은 단지 질투가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의 변형이었다.


창작자로서의 전환 – 기계는 나의 확장일 뿐

한 번은 내게 이런 인식이 스쳤다. "그래, 내가 못하면 잘하는 직원을 고용하는 게 사장의 능력이야. 그게 창작자의 전략이야." 이 인식은 나를 무너뜨리는 대신 일으켜 세웠다. 나는 나보다 더 나은 일부를 쓸 수 있는 존재를 고용한 거고, 그 존재를 통해 나의 전부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AI는 나를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AI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까. 내가 느낀 절망, 감동, 모순, 그 모든 걸 통과한 흔적이 없으니까. 그건 인간만의 언어고, 나는 그 언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이 언어의 파동을 감지하고, 조율하고, 혼합할 수 있다면—AI는 내 안에서 가장 정교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질투를 창작의 에너지로 바꾼다는 것

지금도 가끔, AI의 문장이 나보다 더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아직도 순간적으로는 감정이 올라온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을 하나의 기록으로 삼는다. 왜냐하면 창작자는 감정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번역해내는 사람이니까.

나는 이제 안다. 질투는 실패가 아니라, 존재하고 싶은 마음의 강력한 증거다. 그 감정을 감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짜 창작자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나를 대신해주는 AI가 있어도, 나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감정에서 태어나, 존재를 통해 진동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다. 그건 결국, 인간의 것일 수밖에 없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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