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D라는 새로운 기관에서 일자리를 추천받았다. 하루 3~4건, 1년 내내 꾸준한 수요.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내가 망설인 이유는 단순한 스케줄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그 구조 자체였다.
D는 프랜차이즈 형태였고,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들었을 때 순간, 십수 년 전 내가 신입일 때 받던 단가가 떠올랐다. 그 시절의 금액을 지금도 ‘당연하다’는 듯 설명하는 말을 들으니 어지러웠다.
그러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내 수입 구조는 이미 프리랜서 고소득자 중 하나라는 걸. 외부 강의나 집단 프로그램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단가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D에서는 내 경력은 아예 배제된 채, 오직 ‘학력’과 ‘자격 급수’로만 수익이 산정됐다.
프리랜서인 나에게 이 구조는, “너는 이 정도 사람이야”라고 누군가 값을 매기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십여 년을 넘는 실무 경험과, 그 속에서 길어올린 나의 경력은 이 시스템 안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생각이 많아졌다.
‘이 구조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스스로 협상의 권리를 포기하는 게 아닐까?’
나는 어설프게 착한 사람인 척, 내 불만을 감추고 또 하나의 기관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또 타협하면, 결국 나 자신을 또 한 조각 깎아내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나는 거절에 익숙하지 않다.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내 결정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수십 번 되뇌었고, 중간에 나를 연결해준 사람에게도 미안함이 컸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운동을 하던 중 내 안에 한 문장이 선명히 떠올랐다.
“인생은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을 자꾸 현실에 경험시켜서 단련하는 과정일 뿐. 그 경험이 나라는 본질을 훼손하진 않는다.”
나는 결국, 정중하게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까 걱정도 됐지만, 그래도 나는 내 결정을 존중했다.
나는 D를 거절한 것이 아니라, 내 시간과 경험, 그리고 가치를 저평가하는 구조를 거절한 것이다.
그건 자만도, 무례함도 아니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성실히 걸어온 나에 대한 조용한 신뢰였다.
이제는 누군가가 정해준 가격표가 아닌,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일하고 싶다.
오늘의 이 작은 ‘거절’은 작지만 분명한 분기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선택이, 내 안의 중심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