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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을 열기 전에: 리듬의 여운과 침묵의 끝

끝에서 시작을 준비하는 감정의 정지점

by 석은별

한 곡의 음악이 끝나면, 사람들은 박수를 치지 않는다. 먼저, 여운 속에 잠시 머문다. 마지막 음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남겼는지 느끼게 된다.

이 글은 그 여운 속에 머무는 이야기다.


끝이라는 이름의 문 앞

자기 탐색의 여정은 어느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이제 감정의 리듬을 분석했고, 기억을 다시 썼고, 상처를 끌어안았고, 꿈의 언어를 해석하며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이 여정의 마지막에 도착한 지금, 나는 한 문 앞에 서 있다. 열어야 하는 문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문이다.


침묵과 리듬의 마무리

감정은 말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존재한다. 감정의 리듬은 언어의 끝, 생각의 경계, 침묵의 지점에 이르러야 비로소 정리된다.

지금 나는 그동안의 흐름을 따라왔던 모든 감정들— 분노, 두려움, 수치심, 기쁨, 사랑, 후회— 그 어느 것도 억누르거나 미화하지 않고 단지 있도록 허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말이 아니라 호흡과 여운과 리듬으로 채워져 있다.


다음 문을 열기 전에 필요한 질문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감정, 새로운 관계, 새로운 세계 앞에 또 하나의 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문을 열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어떤 감정을 놓아주었는가?

나는 어떤 감정을 내 삶에 들이기로 했는가?

나는 더 이상 무엇에 끌려가지 않기로 했는가?

나는 이제 어떤 리듬으로 걷고 싶은가?

이 질문은 정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한 감정 구조를 재정렬하기 위한 선언이다.


더 이상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

이 여정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이제는 내가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는 불안할 수 있고, 때로는 다시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내가 어디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감정이 흐를 때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유일한 리듬의 공간 안이다.

새로운 리듬의 시작

마지막 문은 닫히는 문이 아니라 새로운 리듬이 시작되는 문이다.

우리는 이제 자기 감정과 나란히 걷고, 감정이 말을 걸면 귀를 기울이며, 삶이 질문을 던지면 내면의 리듬으로 대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 책의 처음이 “흔들리는 감정들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였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다: “이 리듬을 따라,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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