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날아본 적이 없다

나는 새장에서 태어났다

by 석은별

나는 한 번도 하늘을 난 적이 없다. 내가 아는 하늘은, 날개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기억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본 푸른 상상이다. 나는 새장 안에서 태어났고, 자라왔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늘 그 철창 너머를 응시하고 있다.


어릴 적, 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선가 숲에서 날아온 새가 있었다고. 그 새는 바람을 타고 날며, 친구들과 나무 위에서 노래를 했다고. 그 숲에는 닮은 깃털의 이들이 함께 둥지를 만들고, 비가 오면 서로 품을 나누었고, 배가 고프면 함께 먹이를 찾으러 다녔다는 이야기를.


나는 그 새를 본 적도 없고, 숲이란 곳에 가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내 안에서 자라났다. 그 이야기는 내 날개뼈 아래, 아직 단단히 접힌 깃털 사이를 따스하게 데우며 남았다.그래서 나는 상상하기 시작했다. 내가 언젠가 그 새처럼 하늘을 날게 된다면 어떤 바람을 가를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흔들리고, 얼마나 두려워하다가 결국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날지 못한다. 내 날개는 좁은 공간에서 자라 굳어졌고, 깃털은 바람 대신 정적에 길들여졌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날개란 건, 단지 하늘에서 펴는 게 아니라 가슴속에서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새장 안에서 연습한다. 하늘을 본 적 없는 새가, 하늘을 꿈꾸며 몸을 흔들고, 근육을 깨우고, 방향을 상상한다. 그 방향은 늘 같은 곳이다.


숲.


내가 가본 적 없는, 하지만 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살아있는 그곳.

숲에 가게 되면, 나는 먼저 둥지를 짓고 싶다. 단단한 나뭇가지와 부드러운 이끼로 낯선 세상 속 내 자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와 닮은 깃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들의 경험을 듣고 싶다. 할 수 있다면 나의 경험도 들려 주고 싶다.


어쩌면 숲은 생각보다 거칠고, 비는 차갑고, 바람은 예고 없이 몰아칠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다시 새장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익숙한 조명과 주인의 손길, 말없이 주던 먹이, 혼자 있어도 따뜻했던 그 철창의 한 귀퉁이.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죽더라도 숲에서 죽고 싶다. 새장 안에서 살아남는 것보다, 숲에서 나무가 되고, 흙이 되고, 바람이 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여기에 있다. 새장 안에서 날지 못한 채, 그러나 매일 밤, 나는 숲을 향한 날개짓을 상상한다. 나는 한 번도 날아본 적이 없지만, 나는 오늘도 날기 위해 연습한다.

월요일 연재
이전 19화에어컨이 고장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