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생일은 남편의 맹비난과 고성으로 채워졌다. 나를 하찮게 여기는 그의 태도를 배워버린 아이들도 그냥 지나쳤다. 누구 하나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건네지 않았고, 마음은 어느 때보다 외로웠다. 가족에게 서운한 마음이 더 큰지, 나를 이렇게 대하도록 놔둔 스스로에 대한 억울함이 더 큰지 헷갈렸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예전에는 가족의 생일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설레며 준비하곤 했다. 무슨 선물을 살지, 어떤 음식을 준비할지, 어떤 케이크가 어울릴지 고민하는 시간이 내겐 작은 기쁨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은 내 나름의 ‘사랑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올해 내 생일엔 그 흔한 케이크조차 없었다. “다들 바빠서 그럴 거야”라며 이해하려 했지만, 남은 건 서운함뿐이었다. 억지로 화목한 척하며 넘어갔던 지난날들이 더 공허하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아들은 친구 생일 선물을 산다며 내게 돈을 받아갔다. 선물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말 한마디, 메시지 하나라도 있었다면 이토록 허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날들은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 기대하다 상처받고, 혼자 삐치며, 서운한 마음을 감추고 싶지 않다.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나를 하찮게 여기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괜찮은 척 넘어간다면, 내가 나를 더 외면하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내 생일은 내가 챙길 것이다. 무엇을 선물할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누구와 특별한 시간을 보낼지를 내가 정하겠다. 내 생일은 더 이상 누군가의 축하를 기다리는 날이 아니라, 내가 나를 축하하는 날이 될 것이다.
자녀들만 독립하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독립해야 한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내 삶을 스스로 돌보며, 내 존재를 스스로 축하하는 독립. 남편과의 혼인을 억지로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이제는 내 안에서 허용된다. 화목한 척 웃는 것보다, 홀로 서더라도 내 마음을 존중받으며 숨 쉬는 삶이 더 소중하다.
앞으로의 생일마다 나는 나 자신을 축하하는 법을 배우고, 나에게 더 많은 선물을 줄 것이다. 내 생일은, 이제 오롯이 나를 위한 축제가 될 것이다.